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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주년 사형수 김대중 "박정희 용서할 것".. 옥중 육필 원고 공개

'내란음모 조작사건' 옥중 수필에서 "나에게 악을 행한 사람들을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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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소리
기사입력 2020/05/14 [17:41]

1980년 8월 14일 육군계엄보통군법회의 대법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사건’ 첫 공판을 받고 있다. 왼쪽은 문익환 목사. 사진/연합뉴스

 

나는 박정희 정권 아래서 가장 가혹한 박해를 받은 사람이지만, 나에 대한 모든 악을 행한 사람들을 사랑과 용서의 뜻에 따라 일체 용서 할 것을 선언했다. (1980. 12.3 김대중 전 대통령 옥중수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감됐을 당시 자신을 박해한 박정희·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용서한다는 심경을 담은 옥중수필이 공개됐다. 가족들에게 보냈던 옥중 서신과는 다른 자료다. 

 

14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관련 사료 두 점을 새롭게 공개했다. 모두 14편으로 사형수 시절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거라, 당시의 생각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이 중 하나는 김 전 대통령이 전두환 신군부가 조작한 내란음모 사건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1980년 9월17일부터 1981년 1월23일까지 사형수로 있던 시절 친필로 작성한 옥중수필 14편 중 하나다.

그는 1980년 12월3일 적은 수필에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자를 용서하겠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정권 아래서 가장 가혹한 박해를 받은 사람이지만 나에 대한 납치범, 자동차사고 위장에 의한 암살음모자들, 기타 모든 악을 행한 사람들을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의 뜻에 따라 일체 용서할 것을 선언했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 나를 이러한 지경에 둔 모든 사람에 대해서도 어떠한 증오나 보복심을 갖지 않으며 이를 하느님 앞에 조석으로 다짐한다"라며 "하느님은 나의 행적대로 심판하실 것이고 우리 국민도 어느 땐가 진실을 알 것이며 역사의 바른 기록은 누구도 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12월 3일 작성한 옥중 수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또 다른 공개 사료는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의근, 문성근씨가 내란음모조작사건으로 인해 기소된 김 전 대통령과 문익환 목사, 이해찬 민주당 대표,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1심 재판 최후 진술을 적은 진술문이다.

 

이 진술 내용은 당시 재판을 방청한 민주인사들의 가족들이 내용을 외워 글로 작성해 놓은 것이다. 당시 법정에는 녹음기나 필기도구 등을 들고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방청석에 있던 가족들이 민주 인사들의 진술 내용을 외웠고 재판이 끝난 후에는 함께 모여 기억을 되살리면서 진술한 내용을 글로 작성했다.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의근, 문성근이 주로 글을 작성했는데, 문 씨는 "김 전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서 한 줄이라도 더 외우기 위해서 혼신을 다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사료들은 당시의 엄혹한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 인사 가족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강탈하기 위해 벌인 조작 사건이다.

 

전두환 신군부는 당시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일으켰다며 김대중, 문익환, 예춘호, 이문영, 한완상, 조성우, 이해동, 이해찬 등 민주화 운동 인사들을 군사재판에 넘기고, 고문 끝에 이들에 대해 사형과 무기징역 등을 선고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사형수 시절 김 전 대통령이 친필로 직접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라고 이날 밝혔다.

 

그러면서 "김대중의 화해·용서·포용·관용의 정치는 DJP 연합을 통해 최초의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고, 이 땅의 진보와 보수,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연대와 화합을 가능하게 한 토대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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