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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있는 백년만의 폭우. 실제로 백년만의 폭우는 있었는가?

사람들은 항상 100년만의 폭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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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소리
기사입력 2011/07/28 [12:15]

어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차가 비에 잠기고,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의 피해가 있었다.

침수된 대치동 사거리 : (서울=연합뉴스)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에 차량들이 침수되어 있다. 2011.7.27 김선희씨 제공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기사가 쏟아졌다.
[영상]100년만의 피해, 곳곳에서 피해 속출 (SBS)

사람들은 항상 100년만의 폭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초록불님의 1년을 살아도 백년같이 )

요는 작년 한가위 때도 폭우가 있었고, 100년만의 폭우라는 기사가 쏟아졌는데, 이번에도 백년만의 폭우냐는 것이다.
광화문 침수, 100년만의 폭우 탓이 아니다(민중의소리)

여기서 몇 가지 사실들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먼저 백년만의 폭우가 정말로 맞느냐는 것이다. 일단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2010년의 일일 최대강수량은 259.5mm이다. 어제의 강수량은 301.5mm로 일단 2010년의 강수량보다는 많다.
▲  자료출처 : 기상청 > 기후자료 > 기후자료(극값) >에서 긁어 모아서 내가 엑셀로 정리   ©서울의소리
그러나 위의 강우량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겟지만 1971년 이래로 가장 비가 많이 온 해는 1998년으로 그리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이번 비는 13년만에 최대로 온 비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바보인가?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가? 사실 나도 기자가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쓴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언론에서 아무 생각없이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자료를 찾아보았다.

어제의 비는 100년만의 폭우가 아니라 100년 빈도 폭우이다. 100년"만의"라는 단어가 100년"빈도"로 바뀌었다. 뭔가 말 장난 같지만 의미가 매우 달라진다. 확률적으로 100년에 1번 올 수 있는 비라는 것이다. 위의 통계자료를 보면 일일 강수량이 300mm에 육박하는 해가 1987년(294.6mm), 1998년(332.8mm), 2011년(301.5mm) 이렇게 3번 있다. 아무리 확률이라고 해도 40년 동안 3번이나 나온 사건이 100년에 한 번 나올 사건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떤 확률변수 X가 시행수 40, 확률 p=0.01인 이항분포를 따른다고 하면, X는 근사적으로 정규분포를 가정할 수 있
으며, X~N(0.4,0.396)이다. P(X>3)=0.000018. 


위의 계산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100년에 1번 나올 사건(p=0.01)이라고 보기에는 빈도가 너무 잦다. 이는 p가 너무 작게 설정되었다고 볼 수 있고, 사람들이 항상 100년만의 폭우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된다.

그런데, 100년 빈도 폭우를 설정하는 기준은 1일 최대 강수량이 아니고 1시간 최대 강수량이다. 언론을 찾아보면 대체로 이와 같은 말만 한다.
 

특히 관악구의 경우 27일 오전7시31분에서 8시30분 사이에 시간당 110.5㎜의 많은 비가 내렸다. 소방방재청의 `기후변화를 고려한 도시방재성능 목표설정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100년 빈도에 해당하는 강수량서울에 물폭탄 퍼부은 `극한기상`..원인은?

시간당 110.5mm의 강수량은 100년 빈도에 해당하는 강수량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100년 빈도 강수량이 명확히 나와있지 않다는 것이다. 100년 빈도 강수량이 정확히 110.5mm이기 때문에 그 값을 표시할 필요가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소방방재청에서 110mm도 아니고 110.5mm로 설정할 것 같지는 않다. 마침 출처도 나와있으니 보고서를 뒤저보자[ http://www.civiltech.co.kr/xe/civ_tech_db/6895 ]

보고서를 뒤져 봤다.

 
소방방재청의 `기후변화를 고려한 도시방재성능 목표설정 방안` p.385 中

내 검색 능력이 후달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보고서에서 정확하게 100년빈도 강우량이 얼마라고 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100년빈도 강우량과 기왕최대 강우량을 거의 동등하게 사용하고 있다.



같은 책(Ibid.) p. 396

즉 100년 빈도 강우량은 120mm/hr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나 기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는 것이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100년 빈도 강우량이 120mm/hr인가, 110mm/hr인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2010년의 1시간 최대 강우량은 75mm/hr였다. 이는 10년 빈도에 해당하는 값이다. 그런데 작년에 우리는 왜 100년 빈도라는 기사를 보아야 했는가?

시간당 비가 많이 오면 무엇이 문제인가? 비가 오면 물이 바로 빠져야 한다. 물이 제 때 빠지지 못하면 그것이 홍수가 되는 것이다. 즉 홍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물이 빠르게 배수가 되어야 한다. 빠르게 배수를 하기 위해서는 관의 크기가 커야 하는데, 관을 크게 시공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그래서 10년 빈도, 70년 빈도, 100년 빈도 강우량 등을 설정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중요한 곳은 더 높은 강도를 적용하여 하수 시설을 설계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곳은 더 낮은 강도를 적용하여 하수 시설을 설계한다. 현재 서울 시내의 대부분의 배수 시설은 10년 빈도를 기준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 ( 관련기사 )

작년 한가위에 비는 10년 빈도 강우량과 동일하게 내렸다. 즉 100년만의 폭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이유가 없었으며, 하수관이 제대로 시공이 되었다면 배수가 잘 되고 물난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한가위는 어땠는가?


물난리가 났고, 100년만의 폭우라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기사를 볼 수 있다.
서울시, 추석 강수량 부풀리기 의혹

기상청 발표는 시간당 최고 71mm였는데 종로구에서는 시간당 90mm로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만약 비가 90mm/hr로 내렸다면 배수시설이 처리가능한 용량(75mm/hr)를 초과하기 때문에 이것은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가 된다. 그런데 실상은 배수 시설이 처리가능한 임계치 수준이었으며 이것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 책임을 피해가기 위한 얄팍한 수를 썼다. (40분동안 비가 60mm가 내렸다면 나머지 20분동안 비가 오지 않았어도, 1.5배 뻥튀기를 하면 1시간에 비가 90mm가 온 마법을 부릴 수 있다! -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가 안 온 20분 동안 빗물이 빠져야 하고, 결국 광화문의 수해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

분명히 어제 내린 비는 70년빈도에 해당하는 폭우이다.(그래도 100년빈도는 아니다.) 그리고 그 피해도 엄청났다. 그러나 이 일을 단순히 천재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어제 내린 비가 10년 빈도였어도 2010년과 마찬가지로 피해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매년 이와 같은 피해가 생기고 있는데 매년 100년 빈도 폭우가 내려 어쩔 수 없다고만 말할 것인가? 기존의 배수시설은 5년빈도 또는 10년빈도에 맞추어 설계가 되어 있으며, 노쇄하여 집중호우를 막기 힘들다. 그리고 대대적인 방재 대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다. 눈 가리고 아웅은 그만하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작년 집중호우 이후 4대강은 200년 빈도 강수량에도 안전하다는 홍보를 한 적이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말이냐 막걸리냐... * 4대강 200년 빈도 강수량에도 안전 (2010.9.27) 

정리

DEFINITION
* 10년 빈도 강우량                              =75mm/시
* 70년 빈도 강우량                              =105mm/시
* 기왕 최대 강우량(=100년 빈도 강우량?)=120mm/시 


FACT
* 2010년은 일일 최대강우량 259.5mm, 1시간 최대강우량 75mm로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절대로 100년 빈도 강우량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신 10년 빈도 강우량에는 준했다.
* 2011년 7월 27일은 일일 강우량 301.5mm, 1시간 최대강우량 110.5mm로 100년 빈도에는 약간 못 미치고, 70년 빈도 강우량에 준한다. 많이 온 것은 사실이다. 일일 강우량은 10년만에 두번째이고, 시간당 강우량은 최근 40년 동안 최대.

잉여공책의 공책 잉여 http://noteing.tistory.com/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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