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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의 ‘귀여운’ 항변을 듣고

조국은 2년 동안 뭘 했느냐는 김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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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0/02/18 [04:05]

필자는 박근혜가 국정농단으로 탄핵되고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펼쳐질 수구들의 반격에 대해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수구들이 했던 행태가 똑같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필자의 예언 아닌 예언이었다.

 

그때 필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형사고가 자주 발생할 것이다, 수구 언론이 자신들이 원하는 정권을 만들기 위해 각종 프로젝트를 시행할 것이다, 진보가 진보를 분열시키는 행위가 벌어질 것이다, 등을 말한 바 있다.

 

못 할 게 없는 수구들

 

공교롭게도 이 모두가 현실화되고 있다. 모든 것을 음모론으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 땅의 수구들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이 땅의 수구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선 못 할 게 없다. 비행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 대형 산불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수돗물에서 녹이 쏟아질 수 있으며, 대형 전염병이 돌게 할 수도 있다.

 

진보분열 프로젝트 가동?

 

다른 것은 차치하고 진보가 진보를 분열시키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언급해 보겠다. 최근 진중권, 임미리, 김갑수 등 소위 지식인들이 한 말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진중권은 일찌감치 조국반대를 외치며 보수들의 칭찬을 듣고 있고, 임미리는 민주당 빼고란 신조어를 만들어 역시 보수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으며, 비교적 합리적 진보 지식인으로 통했던 김갑수는 문재인 정부와 그 지지자들을 꾸짖었다.

 

진중권, 임미리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글을 쓴 바 있으므로 다시 언급하지 않고, 여기서는 가장 최근에 김갑수가 개국본에 가서 한 발언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김갑수는 서초 집회를 이끌었던 시사타파TV'토요명사강의에 출연해 문재인 지지층의 반성과 성찰을 주장했다. 강연의 제목이 이승만, 박정희도 우리 대통령이다여서 무슨 역사 강의인가 하고 90분 동안 끝까지 시청했다.

 


이승만, 박정희도 우리 대통령이다?

 

김갑수는 흔히 이승만을 욕하는데 이승만은 우리나라를 사회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택한 공로가 있다.”고 주장했다. 얼핏 들으면 뉴라이트가 한 말 같다. 미국의 원자탄 투하로 일본이 항복을 한 바람에 광복이 된 한국이 당시 과연 노선을 선택할 처지에 있었는가?

 

김갑수는 당시 국민 70% 이상이 사회주의를 원했다지만, 그때의 사회주의의 개념과 지금의 개념은 달랐다. 군정까지 실시한 미국이 과연 당시 한국이 사회주의화 되는 것을 용인했겠는가?

 

따라서 이승만이 사회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택했다고 한 것은 어폐가 있다. 미국에서 유학한 이승만이 미국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광복 후 여운형, 김구가 왜 암살당했겠는가? 미국의 한반도 지배에 장애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박정희의 공과

 

김갑수는 이어서 박정희가 중화학 공업을 육성시킨 것은 대단한 업적이라고 했다. 진보층에서도 그걸 부정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박정희가 행한 수많은 악행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박정희 집권 18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는지는 김갑수도 잘 알 것이다. 누구에게든 공과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보수 세력이 집권하다 보니 공만 강조되고 과는 묵힌 게 사실이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 후에야 비로소 박정희의 과가 부각된 것이다.

 

김갑수의 순진한 논리

 

김갑수의 논리인 즉 문재인 지지층이 이승만, 박정희를 욕하면 한쪽에선 눈물 흘리고 분해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 그들마저 껴안아주자는 것이다. 참 순진한 논리다. 지금도 수구들은 민주 인사들을 빨갱이 종북좌파로 매도하고 있다.

 

이념으로 분열을 획책한 곳은 저쪽이다.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불이익을 준 집단이 어디인가? 심지어 5.18 유족을 세금 잡아먹는 폭도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그들에게 우리 손을 잡자 하면 잡겠는가? 이승만, 박정희 건만 가지고 논해도 몇 시간이 필요하지만 여기서 줄인다. 이승만, 박정희는 겉만 예쁘게 보였지 먹으면 죽는 독버섯이다.

 

그 독을 먹고 죽은 사람들이 한둘인가? 경제발전이 악행마저 덮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경제발전도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룬 것이지 박정희가 이룬 게 아니다. 우리 국민들에겐 태국, 필리핀엔 없는 저력이 있고, 그것이 오늘날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을 만들어 낸 요체인 것이다.

 

김갑수의 문재인 지지층에 대한 충고

 

이어서 김갑수는 문재인 지지층이 정의를 독점해 상대를 죽일놈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성찰을 촉구했다. 문재인 지지층이 정의를 독점했다는 논리도 어색할 뿐만 아니라, 상대를 죽일놈으로 매도한다는 말도 거북하다.

 

문재인 지지층 누구도 그래 우리만 정의롭다, 너희들은 악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나 한 정부의 평가는 절대평가를 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더 정의롭다는 것이지 우리는 선이고 너희들은 악이란 말이 아니다.

 

일부의 사례로 전체를 그런 식으로 매도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 문재인 지지층에서도 합리적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상대 평가를 해서 문재인 정부를 더 지지하는 것이다.

 

문재인 지지층이라고 어찌 다 선하고 정의롭겠는가. 다만 저 간악한 수구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구들은 그 선함을 악용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지금 검찰이 딱 그렇다. 검찰독립을 자유롭게 칼을 휘두르는 걸로 착각한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도 공은 있다?

 

김갑수는 이어서 전두환은 물가를 잡았고, 노태우는 북방정책으로 외교의 지평을 넓혔다고 칭찬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총칼로 광주 시민을 죽인 죄를 덮을 수는 없다.

 

전두환은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부러 3S(스크린, 섹스, 스포츠)를 장려하고 물가를 잡았지 결코 국민을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나중에 수조에 달하는 비자금이 발견됐지 않은가. 그 점은 노태우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노태우는 5.18을 후회하며 아들을 광주로 보내 참회하게 했다.

 

교육제도, 부동산 정책 비판

 

김갑수는 교육제도와 부동산 정책을 거론하며 지나친 규제가 옳지 않다는 식으로 말했다. 교육을 통해 자식들을 출세시키려는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인정하라는 논지다. 또한 부동산 투기로 돈 좀 벌어보자는 보편적 심리도 이해하자고 했다.

 

누가 그런 보편적 정서를 모르는가. 문제는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교육 현실이 안타깝고, 부동산 투기로 돈 벌려는 작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교육, 부동산에 손을 놓은 것은 직무유기다.

 

김갑수는 한 진보 인사가 자신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로 들어간 것에 대해 비난하자 이에 발끈한 나머지 화살을 문재인 정부로 돌린 것 같은데, 세상엔 김갑수보다 가난한 서민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부인이 의사인 감갑수도 우리 사회 기득권 중 하나다.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에서 논평하라는 것이다. 교육, 부동산 정책은 정답이 없는 백만 개의 창으로 각자의 이해에 따라 평가가 다를 뿐이다.

 

조국은 2년 동안 뭘 했느냐는 김갑수

 

김갑수는 강의 마지막에 조국은 2년 동안 뭘했냐?”며 날을 세웠다. 즉 민정 수석으로서 검찰을 통제할 필요가 있는데, 오히려 그 검찰에 의해 당하고 있지 않느냐는 핀잔이다.

 

그 점 일부 인정한다. 하지만 조국은 좀 더 본질적인 검찰개혁을 준비했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병우 사단을 도려냈다. 그것만 해도 큰 업적이다. 그리고 민정 수석에게 업적을 묻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민정 수석은 우리가 모르는 일을 수없이 처리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자만 돌본다?

 

김갑수는 강의 말미에 문재인 대통령은 5.18 기념식 때 유족을 안아주고, 세월호 유족, 4.3 유족만 안아주었다며 대통령이 약자만 위해서 존재하느냐고 항변했다.

필자가 가장 충격을 받은 부분이 바로 이 말이다. 다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갑수와 유튜브를 같이 진행하는 손혜원도 이 부분에서 강력 반발했고, 강의를 하게 해준 개총수도 충격을 받았는지 앞으로 김갑수 출연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5.18, 세월호, 4.3 유족을 끌어안아준 것은 수십 년 동안 그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준 것이지, 대통령이 약자만을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들도 수차례 만나 애로 사항을 청취했고, 일부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돌봐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살 부자나 재벌보다 어디에 하소연할 데 없는 약자들은 안아주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 비판받을 대상 자체가 아니다.

 

물론 김갑수의 논지는 안다.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다, 란 말을 하고 싶은 것 아닌가. 초딩생도 알 그 말을 문재인 대통령이 모르고 있겠는가? 김갑수의 이 주장은 그가 두고두고 후회할 말로 남을 것이다.

 

진보 지식인의 분열을 반길 세력은?

 

진중권, 임미리(진보인지 애매하지만), 김갑수의 발언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세간엔 노무현 정부시절 진보가 더 잔인하게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던 게 재현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아니길 빌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작태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이제이, 수구들이 노리는 작전 중 하나다. 진보끼리 싸우게 해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권력을 잡으려는 것이다. 얼마 전 벌어졌던 이재명 지지와 문재인 지지자들끼리의 갈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때 이재명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명을 제거하려 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검찰과 법원을 보라. 누구도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 후 이재명 지지자들의 오해가 많이 풀렸다고 한다.

 

선비는 다른 선비를 인정하지 않는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잘 인정해 주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특히 라이벌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일종의 선비 자존심이다.

 

지식인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뛰어남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의 무기력함을 도출시킨다는 못난 논리에 빠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를 칭찬하기보다 허점을 공격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한다. 그때마다 반향이 크기 때문이다.

 

억지스러운 말 같지만 그 반향에 중독된 지식인들이 많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반향이 클지 잘 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진중권이다.

 

김갑수가 그 병에 안 걸렸길 빈다. 하지만 충고 중 일부는 뼈아프게 받아들인다. 본질은 좀 더 정의로운 사람이 많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 모두가 성인이 되는 나라가 아니다.

 

귀엽다, 김갑수!

 

음악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우리 시대 낭만 가객 김갑수가 일부 진보 인사의 공격에 화가 좀 난 모양인데, 그의 선함 마음이야 변하겠는가. 필자는 김갑수도 화낼 줄 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귀엽게 보인다.

 

애증, 사랑이 있으니까 증오도 한다. 하지만 그 애증이 수구들에게 악용되고 결과적으로 수구들이 승리한다면 그 애증 또한 죄악이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린 좀 더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것이지, 성인군자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 게 아니다.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기 위해 한다는 말도 있다. 세상에 어느 누가 나는 완전무결하다고 하겠는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한 이명박을 보라.

 

정치는 상대 평가의 영역이지 절대평가의 영역이 아니다. 도덕적 순결주의론 절대 저 간악한 수구들을 이길 수 없다. 비판은 조중동과 종편만으로도 지겹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 지식인들까지 등을 돌리려 하는가. 그래서 결과적으로 수구들이 웃는 것을 보고 싶은가. ‘슬픔이 깊은 바다는 어린 강을 껴안는다.’ 우리가 손을 놓을 때 웃는 사람들은 저 악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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