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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 "‘기생충’ 아카데미상 수상은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

봉준호·송강호·이미경 등 이명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것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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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소리
기사입력 2020/02/11 [23:21]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크게 환호하는 봉준호 감독의 모습. =뉴시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두고 “블랙리스트가 계속 됐더라면 오늘날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건)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만들어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모두 이름을 올렸던 탓이다.

 

WP는 10일(현지시간)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을 평가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그린 영화 ‘기생충’은 자유로운 사회가 예술에 얼마나 필수적인가 하는 중요한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 9월 11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MB(이명박)정부 시기의 문화·예술계 내 정부비판 세력 퇴출건’을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정부비판 세력에 봉 감독을 비롯한 영화감독 52명이 포함돼있었다. 같은 해 10월 30일 밝혀진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라는 청와대 보고서의 ‘문제 인물’ 249명 리스트에도 봉 감독을 포함한 104명의 영화인들이 포함됐다. 국정원은 과거 개혁위가 만든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2009년 문화·예술인, 연예인 등에 대한 압박 활동을 펼쳤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13년 3월에도 국정원은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문건에는 배우 송강호, 김혜수, 박해일 등 594명은 2015년 5월 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성명’을 발표해 이 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WP은 박근혜 정부가 약 1만명에 달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며 당시 봉 감독의 영화들이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소개했다. 당시의 정부 내부 문건을 보면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경찰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영화로 평가됐고, ‘괴물’은 반미주의 영화, ‘설국열차’는 시장경제를 부인하고 사회적 저항을 부추기는 영화로 평가돼있었다고 전했다.

배우 송강호 역시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변호인’에 출연한 뒤부터 압력을 받았고, 이 작품을 제작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기까지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WP는 “만약 이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다면 ‘기생충’은 절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WP가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을 두고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한 이유다.

▲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아 봉준호(왼쪽)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상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WP는 한국 영화의 역사가 군사독재체제에서 자유민주주의로의 발전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고 지적했다. 전두환 독재 하에서 억압됐던 한국 사회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마주하면서 오늘날 전세계가 열광하는 K팝과 TV쇼, 영화가 융성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예산의 최소 1%를 문화에 투입하는 정책을 취했고, 봉 감독은 박찬욱, 이창동 등 걸출한 감독들이 탄생한 당대의 ‘키드’(kid)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WP는 봉 감독이 연세대 학보에서 만평을 그리며 사회적 불의에 대해 날카로운 풍자 감각을 발휘했다고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WP는 “다행히 2016년 말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결국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시위로 이어진 시발점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한국 내 보수세력의 반감이 계속 됐다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기생충’은 ‘빨갱이 영화’(commie)” 발언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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