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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포’와 ‘사태’의 정치학

스스로 발목 묶는 황교안의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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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0/02/11 [18:47]

언어학에는 ‘언어 지배적 관점’과 ‘사고 지배적 관점“이 있다. 전자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관점이고, 후자는 사고가 언어를 지배한다는 관점이다. 둘이 절충된다는 관점도 있다. 무엇이 옳든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고 사고가 언어를 지배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폭들은 상대를 제압할 때 “따버려” 란 말을 자주 한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 전형적인 예다. “따버려‘는 기본형이 동사 ’따다‘로 거기에 역시 동사인 ’버리다‘와 ’려‘라는 명령형 어미가 붙어 형성된 합성어다. 조폭들이 사용하는 “따버려”는 칼로 상대의 목을 베는 것으로 ‘가서 맛 좀 보여줘’란 의미가 있다.

 

조폭들은 그들만이 통용되는 이른바 ‘은어’를 사용해야 조폭답다는 생각을 은연중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정치인도 그가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알게 모르게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게 된다.

 

▲     © 채널A

 

황교안이 종로 출마 선언 후 민심을 탐방한답시고 자신의 모교인 성균관대 주변에 있는 식당에 갔다가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황교안은 자신이 대학교 4학년 때인 1980년을 화상하면서 “그때 무슨 사태가 일어났는데...”라고 말해 5.18민주화 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80년 당시 군부는 5.18을 ‘광주소요사태’ 라 명명했다. 그 후부터 ‘광주사태’라고 통상 불렀다. ‘사태’란 말을 사용해 국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되도록 한 것이다. 5.16이 혁명이냐 쿠데타냐에 따라 그 역사적 의미가 달라지듯 어떤 사건의 명명은 매우 중요하다. 명명에 따라 역사적 의미기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1995년 국회는 5.18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불리어 왔다. 심지어 국기 기념일로 정해져 매년 행사도 하고 있고 거기엔 여야가 모두 참여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황교안이 ‘사태’ 운운한 것은 그의 사고가 언어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에게 5.18은 그냥 ‘사태’이고, ‘폭도’인 것이다.

 

황교안의 5.18 비하 발언이 나오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야는 일제히 황교안의 역사인 식에 맹타를 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는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이다.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하겠다는 제1 야당의 대표이자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야심찬 꿈을 꾸는 사람의 역사의식에 경악할 뿐"이라고 말하며, "황 대표는 5·18 민주화 운동을 '하여튼 무슨 사태'로 알고 있다면 다시 올바른 역사 공부에 매진하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황 대표는 무릎 꿇고 사과하라"며 "광주의 피를 모욕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괴물이 되기로 한 것이냐"라고 반문하며 "황 대표는 '사태'라는 군사정권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며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기로 한 모양"이라며 "평생을 자신의 영달에만 애써온 황교안 대표이지만 서울의 봄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를 리는 없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가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안신당은 "(황 대표가) 여전히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뼛속까지 공안검사적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큰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아직도 황 대표의 역사 인식이 신군부가 규정한 '광주 사태'에 머물러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즉각 5월 영령 및 광주시민에게 사죄하고 자신의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역사인식을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변곡점을 만든 5월의 광주를 무슨 사태 정도로 기억하는 황 대표의 빈약하고도 허망한 역사 인식 수준에 개탄할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 자체를 알지 못하는 황 대표와 같은 이가 제도권 정치에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은 "광주하곤 전혀 관계없는 것 같은데…"라고 변명했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장 광주와 호남이 분개하고 나섰고, 심지어는 보수층 내에서도 황교안의 편협한 역사인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긴 5.18를 ‘세금 잡아먹는 폭도’라고 말한 의원도 정리하지 못한 황교안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에는 조계종에 ‘육포’를 보내 말썽을 피우더니 이제는 여여가 법으로 규정한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아직도 ‘사태’라고 하니, 황교안 머릿속에는 아직도 ‘5.16혁명’, ‘4.19반란’이란 말이 각인되어 있을 것 같다.

 

황교안 딴에는 그런 식의 발언으로 보수를 결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어불성설이다. 극우를 제외하고 누가 황교안의 그러한 역사 인식에 공감하겠는가? 공안 검사식 사고, 특정 종교 편향적 사고와 행동, 결단력 부족, 정치력 부족, 언어 사용의 문제점...이런 것들이 결국 황교안의 발목을 잡고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항교안이 종로에서 낙선하면 보수는 아마 새로운 대선 주자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 자리를 유승민, 안철수, 오세훈, 홍정욱 등이 등이 노리고 있지만, 물이 안 바뀌는데 고기 몇 마리가 바뀐들 어항이 변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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