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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외교력, 호르무즈 '독자 파병' 카드로 미국·이란 이해 다 받아

'청해부대' 작전지역 확대 방식..미국 "한국 결정 환영하고 기대한다", 이란 "한국의 결정 이해한다고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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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기사입력 2020/01/21 [15:06]

호르무즈 파병, 美와 연합 아닌 독자적 형태로 진행.. 국회 비준동의 없이 가능 

호르무즈 해협 청해부대 작전해역 배치도 국방부 자료. 이미지/ 뉴시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결국 청해부대를 독자적으로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21일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단독 파병 결정이 내려지면서 청해부대의 파견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되고, 청해부대는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번 결정에 따라 청해부대는 미국 주도의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 통제가 아닌 우리 군(軍) 지휘 아래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단독 작전을 수행하면서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를 책임지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청해부대가 필요한 경우 IMSC와 협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정보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바레인에 있는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 선박 호송을 위해 (우리 군) 단독으로 작전을 한다"며 "독자적으로 보호할 능력이 없을 때 협력을 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청해부대(4400t급 구축함) 능력에 제한사항이 있다"며 "청해부대의 능력 범주 내에서 (작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원칙을 밝혔다.

이번 정부의 독자 파병 결정은 지난해 5월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중동 지역에 긴장 상황이 조성되면서 검토되기 시작했다. 당시 국방부는 청해부대 작전 반경 확대 등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두고 고심했다.

그러다 최근 미국-이란 사태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일대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되면서 우리 국민과 선박 안전, 원유수급 문제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병안의 국회 비준동의 여부와 관련해선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국회동의사항 아니며 유사시로 판단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파병동의안 통과 당시 '유사시 작전범위 확대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도 "국민의 안전 보장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작전범위 일부를 확대한 것"이라며 "유사시에 작전 범위를 확대시킨다는 법적 근거가 있다"며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유사시 국민보호의 책임이 있는 지역에서 지시받고 행동하는 것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한다"라고 말했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DDH-Ⅱ·4400t급)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美·이란에 각각 통보"


이와 함께 이번 독자 파병 결정은 미국, 이란과 외교채널을 통한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란 정부 통보 시점에 대해선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며 "각급에서 미국, 이란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국방부는 파병 발표에 앞서 미국 국방부에 우리측 입장을 설명했다. 미국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에 대해 이란측에 통보했고, 이란은 한국 결정에 대해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며 자국의 기본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독자 파병 결정이 가능한 것에는 최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의 해적 감소도 한몫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이 감소하고 이란 지역 정세가 불안해짐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기존 기항이었던 오만 살랄라항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오만 무스카트항으로 기항지를 옮겼다.

혹여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나라 역시 파병이 아닌 참전이 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은 전쟁까지는 치닫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 상호 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이는 전쟁에 휘말리거나 공격을 받을 경우 서로 군사적 행동을 같이하자고 맺은 조약이다. 만약 이번 사태에서 한국이 전함 한 척도 보내지 않는다면 미국이 과연 우리나라를 신뢰하고 다음에 도울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또 한국이 파병을 거절하면 현재 미국이 방위비 분담에 대해 인상을 높게 요구하고 있는데 파병 거부를 하게 되면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더 과도하게 책정할 수도 있어 우리나라가 더욱 곤란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원유의 70%가 지나는 '생명선'이며, 한국 선박이 한 해 900회 이상 통항하는 무역의 요지로 유사시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지역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이곳이 봉쇄된다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구나 이란에 판매되는 가전제품의 70% 이상이 한국 제품이라고 한다. 

정부는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교역국이자 값싼 석유 수입국인 이란과 등을 돌릴 수도 없는 입장의 난감한 마당에 독자파병이라는 묘책을 짜낸 것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 중국 '전승절' 기념일에 참석하고 와서는 곧바로 사드라는 뒤통수로 어이없는 짓을 하는 바람에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발동해 수년 동안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과 서울 시내 자영업을 초토화 시킨 예가 있다.

이전 정부 때의 무지한 외교력을 생각하면 국가 지도자의 판단에 따라 한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가늠되는지 충분히 상상된다.

따라서 이날 정부가 아덴만에 파견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을 지키는 '독자 파병' 카드를 택한 건 '국민 보호'란 최우선 과제를 지키면서도 미국과 이란 양국 모두와의 관계를 고려한 문재인 정부의 절충된 외교력의 묘수로 평가된다.

정부는 독자파병을 통해 미국의 방위 참여 요청에 응하는 모양을 취하면서 동맹국으로서 기여를 했고, 중동 정세의 불안 속에서 우리 선박의 호위만을 독자적으로 맡게 돼 이란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기여하게 됐다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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