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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불응 자한당 '버티기'에 경찰 손도 못쓰고 있어

경찰의 미온적 태도.. 3번 불출석 때 체포영장 절차도 있지만 보강수사 지시로 미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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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기사입력 2019/08/20 [08:38]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3회 출석 거부.. 당의 뜻이라며 '배째라' 거부 의사

형사소송법 '정당 이유 없이 안 나오면 체포영장'

 

지난 4월 30일 새벽 선거제도 개혁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정치개혁특위 회의장 밖에서 독재타도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국회의원이 대거 연루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도중 채이배 의원을 감금하면서 벌어진 충돌 사건을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자유한국당의 거듭된 출석 불응에도 미온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경찰 수뇌부가 당초 자신들이 강조한 원칙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고발된 국회의원 중 추가로 영상 판독이 완료된 18명에 대해 지난 16일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20일 경찰이 밝혔다.

 

지난 5월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이래 경찰이 현재까지 출석을 요구한 의원 수는 총 68명이 됐다. 패스트트랙 충돌로 고발된 전체 국회의원은 109명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소환 대상으로만 본 외형적 수치에 불과할 뿐이다.

 

자한당이 '당의 뜻'을 내세우며 계속 불응 방침을 이어가고 있어 '반쪽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까지 출석요구서를 받은 자한당 의원은 38명에 달한다. 21명은 이미 한 차례 이상 불응했고, 이달 들어 출석 요구를 받은 17명도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전체가 불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엄용수, 여상규, 정갑윤, 이양수 자한당 의원들은 이미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에 대해 재차 소환을 요구하는 것 외에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칙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차례 출석 요구에도 불응한 자한당 의원 4명에게 개별 접촉을 했느냐'는 질문에 "4명 모두 '당의 입장을 따르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관련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국회의원은 모두 109명이며, 경찰은 이 중 50명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지금까지 경찰에 출석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17명이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도 조만간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반면, 출석한 자한당 의원은 한명도 없다.

 

형사소송법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 사법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구체적 출석 거부 횟수까지 정해져 있진 않지만, 경찰은 통상 정당한 이유없이 3회 출석 불응을 강제수사로 넘어가는 기준점으로 본다. 일반적인 절차에 따르면 4명 의원은 거부 횟수로는 이미 조건을 총족하고도 남는다. 또한 '당의 방침'이라거나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불출석 근거도 없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경찰은 바로 강제수사에 들어가기보다 개별 접촉을 진행하겠다며 시간을 벌었다. 이전까지 의원실에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나오지 않았으니 출석 의사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4명 의원은 "당의 입장을 따르겠다"며 사실상 불응 입장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개특위 개의를 저지하기 위해 바닥에 누워 있다. 연합뉴스

 

이번 수사는 100명이 넘는 현역 의원들이 대상인 만큼 초기부터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때문에 경찰 수뇌부는 원칙과 절차를 강조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6월1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최선을 다해 정상적 법적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가급적 빨리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이용표 서울경찰청장 간담회에서는 출석요구에 연달아 응하지 않은 한국당 의원들에 대해 "고소·고발의 통상적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는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민 청장이 말한 '법과 원칙',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말한 '통상적 절차'는 현 상황이라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쪽이 더 가깝다. 하지만 민 청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슬쩍 말을 바꿨다. 돌연 '보강수사'를 거론한 것이다. 

민 청장은 이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반에 걸친 불법행위와 그와 관련된 보강수사를 한 다음에 체포는 법적으로 상당히 필요성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법과 판례를 통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민 청장의 이 발언을 이야기하며 "우리도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경찰이 3회 불출석한 4명 의원에게 처음 소환을 통보한 게 지난 6월 27일이다. 여당 의원들은 줄줄이 출석하는 상황인데다 유독 자한당 의원들에 대해서만, 그것도 이들 의원이 이미 최대 3회 이상 출석에 응하지 않자 갑자기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는 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체포특권은 국회가 개회 중이면 내란·외환죄 등 제외하고는 체포할 수 없지만 개별 형사 사건일 경우는 회기 이외에는 3회 출석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해 영장에 의한 체포가 가능하다”면서 “그럼에도 국회 회기 중에는 체포를 연기하기도 하고 난관이 많다. 불체포특권은 굉장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 피고발인 신분으로 영등포 경찰에 출석했다.

 

이 의원은 "70여년 헌정사에 이렇게 많은 의원이 경찰서를 찾는 일이 있었을까 싶다"면서 "이번에는 특히 국회 스스로 만든 법을 7년 만에 위반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또 "대놓고 법을 위반했으면서 출석조차 안 하는 자유한국당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자유한국당(황교안) 당대표는 검사, 원내대표(나경원)는 판사출신인데 형사사법체계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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