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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의 도 넘은 '무례'.. 靑 ”국제법 위반의 주체는 일본, 한일군사협정 재검토” 강경 반박

외교 결례 고노 외상, 남관표 주일 대사 말 끊고 "무례하다".. 정부 "무례한 건 일본" 엄중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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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기사입력 2019/07/20 [08:42]

김현종 2차장 “국제법 위반의 주체는 일본, 중재위 설치는 日 일방 주장” 

고노, 선 넘는 무례한 담화후 수위 높아진 맞대응 "한일군사협정 재검토할 수도"

 

19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도쿄 외무성 접견실에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가 제안한 징용 배상 관련 제3국 중재위원회 개최를 한국 정부가 거부한 데 항의했다. 이날 고노 외상은 남 대사의 모두발언 중 그의 발언을 도중에 끊는 외교 결례를 범해 논란을 낳았다.  연합뉴스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논란을 ‘제3국에 의해 구성되는 중재위원회’에서 결론 내자는 제안을 한국이 최종 거부하자, 19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남관표 주일 대사를 불러 외교 결례를 저지르며 무례하게 나왔다. 대응 수위를 조절하려던 한국 정부도 미국이 꺼리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며 맞받았다. 

 

이날 일본 외무성은 자신들이 제안한 중재위원회 개최 기한(18일)까지 한국이 응하지 않자 남관표 주일 대사를 초치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한국 법원의 판결 후 벌써 다섯 번째 초치다. 

 

일본 외무성의 남 대사 초치후 나온 고노 외상의 발언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과 관련해 "유지가 기본 입장"이라며 "(무역 보복과 GSOMIA는) 연계돼 있지 않다"던 공식 입장과 달리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며 파기 가능성까지 열어둔 발언을 했다.

 

이날 청와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다룰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응하지 않은 한국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일본 외무성 공식 담화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반박 논지의 핵심은 3가지였다. 

 

국제법 위반의 주체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는 것, 중재위 설치는 일본의 일방적 주장으로 한국이 동의한 적 없다는 점, 마지막으로 협의의 문은 열려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일본이 억지를 부리며 강경하게 계속 나올 경우 맞대응 할 수밖에 없겠지만, 상황 악화보다는 외교적 협의로 해결하자는 거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일본 측의 계속된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강제 징용자들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 및 인권침해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판결했고, 민주국가로서 한국은 이런 판결을 무시도 폐기도 못 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일측과 외교채널을 통한 통상 협의를 지속했다”며 “그러나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소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은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를 했고 이는 WTO(세계무역기구),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발언한 자유무역 원칙과 글로벌 밸류 체인을 심각히 훼손한 조치라는 점에서 국제법 위반 주체는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한국의 삼권 분립에 개입하는 식의 발언이 이어지는 게 외려 내정 간섭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또 일본이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하면서 역시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며 당초 '과거사 문제로 인한 신뢰 저해'를 언급했다가, 이후 '수출관리상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했고, 또다시 오늘은 강제징용 문제를 거론했다"며 "일본 측의 입장이 과연 무엇인지 상당히 혼란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도 우리는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모든 건설적 제안에 열려 있다”며 “일측이 제시한 대법원판결 이행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포함해 양 국민과 피해자가 공감하는 합리적 방안을 일측과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9일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 대사 "함께 지혜 모으자" 발언 도중 고노 언성 높이며 한국비난 쏟아내

 

이날 한일군사협정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할 만큼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을 촉발하게 한 건 노골적으로 싸움을 걸어 온 건 일본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극히 무례하다”며 남 대사의 말을 중간에 끊고 무례하다며 면박까지 주는 등 도발에 가까운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일본의 강경한 반응에 청와대도 맞받았다. 한미일 3각 공조 체계를 공고화하기 위해 미국이 오래 공들여 성사시킨 한일군사보호협정을 파기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끌어내고, 미국 눈치를 보는 일본을 자극하기 위한 강수였다.

 

고노 외상은 이날 오전 10시 10분에 도착한 남관표 주일 대사를 약 5분간 기다리게 했다. 모두발언은 오전 10시 15분경 시작됐다. 고노 외상이 먼저 발언하고 남 대사가 나섰다. 남 대사가 “일본에 한국 구상을 제시했고 이를 토대로 더 나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하자 고노 외상은 중간에 말을 끊었다.

 

고노는 “모르는 척하고 (다시) 제안하는 것은 지극히 무례하다”고 주장했다. 외상의 언성이 높아지자 외무성 실무진이 진행 요원을 향해 손가락으로 ‘X’자를 표시했다. 취재진을 내보내란 뜻이다. 요원들은 “나가 달라”며 취재진을 밀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졌고 고노 외상은 “이 이상은 취재진이 나간 후 진행하겠다”며 비공개 선언을 했다. 남 대사는 모두발언을 제대로 끝내지도 못했다.

 

남 대사는 이후 비공개 대화에서 고노 외상의 발언 기회 봉쇄  등을 문제 삼았고, 우리 외교부도 고노 외상의 태도야말로 정말 무례한 것이라며 엄중히 항의했다.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범한 일본 외무성은 이후 담화에서도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위협적인 공세로 나왔다.

 

고노 외상의 이러한 결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30일 일본 제철(옛 신일철주금)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 직후 이수훈 전 주일 한국대사가 초치됐다. 그는 이 전 대사와 악수도 하지 않은 채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역시 외무성 실무진이 취재진을 밖으로 내보냈다. 이수훈 전 대사는 끝내 모두발언을 하지 못했다.

 

일본은 남관표 대사 초치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추가 보복 가능성까지 암시했다. “한국 대법원판결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쌓아온 한일 우호 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강변하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겉으로 드러난 결례 이상으로 일본의 ‘내로남불’식 논리도 비판받고 있다. 고노 외상은 남 대사에게 “강제징용을 다른 문제와 연계시키지 말라”고 주장했다. 정작 수출 규제와 징용을 먼저 연계한 쪽은 일본이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수출 규제 강화 때 △징용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 미제시 △한국과의 신뢰 관계 손상 △수출 관리에 대한 부적절한 사안 발생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날 기자들이 이 점을 지적하자 고노 외상은 “(수출 규제는 한일) 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징용) 판결과 관계가 없다”는 기존 주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경제산업성이 왜 징용을 언급했느냐’고 하자 “경제산업성에 물어보라”며 피했다.

 

이와마쓰 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과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제안한 국장급 협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한 경제산업성 간부가 “문재인 정부가 계속되는 한 수출 규제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일 갈등이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청구권 협정상 갈등 해결 방안 1단계인 외교적 협상, 2단계인 중재위 설치, 3단계인 제3국 중재위 설치 등에 대해 한국 정부의 답변 없이 일방적으로 나아갔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제시한 한국의 제안(한일 기업의 자발적인 강제징용피해자 기금 마련)을 받아들일 경우 1단계인 외교적 협상에 응할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지난 1월 초에 1단계인 외교적 협상을 요청할 때도 청구권 협정에 없는 30일간의 답변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국가 간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또 2차례의 중재위원회 설립 요청부터 수출제한 강화하는 경제적 보복 조치까지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모두 단독으로 강행해 발표했다.

 

이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브리핑이 끝난 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일군사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을 검토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전날인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금은 GSOMIA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고, 19일 오전 청와대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었다.

 

그러나 고노 외상이 우리 대사에 대한 선을 넘는 무례한 대담으로 한국 정부를 대놓고 무시한 것이 당초 '유지' 쪽에 초점을 맞췄던 청와대가 반나절 만에 기류를 바꾼 것으로 보이며 더 강경한 입장으로 조정한 것이라는 견해다.


이 핵심관계자는 다만 "우리는 아직도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일본과 외교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좋다는 입장"이라며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만나서 대화를 하고 일본 측의 안을 듣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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