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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키미스트 프로젝트, ‘1분 충전에 600km 주행 전기차’ 가능한가?

‘도전적 기술 개발’ 취지 좋지만 예산 낭비 경계해야…향후 확대는 과학 연구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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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소리
기사입력 2019/07/19 [01:32]

 지난 3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산업계 최대의 난제에 도전한다’는 취지의 ‘알키미스트(Alchemist·연금술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후 공모 등 과제 선정 절차를 거쳤고 7월 8일 산자부가 프로젝트의 신규지원 대상과제를 공고했다.

 산자부가 밝힌 사업 목적은 “산업의 난제 해결에 도전하는 초고난도 기술개발을 통해 사회 및 경제력 파급력이 높은 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총 예산은 약 100억 원 규모다. 그러나 프로젝트 이후 이를 기반으로 한 중·장기적 기술 개발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테면, 산자부가 공고한 대상과제 중에는 ‘1분 충전에 6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도전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계산할 수 있다.

 

- 기존 전기차의 연비: 6km/kWh

- 600km 주행에 필요한 배터리 용량: 100kWh

- 정격 용량 (배터리 전압이 400V인 경우): 100kWh / 400V = 250Ah

               (배터리 전압이 1000V인 경우): 100kWh / 1000V = 100Ah

- 1분에 100kWh 충전 가능한 충전기 용량: 100kWh x 60 = 6000kW

- 충전 전류 (배터리 전압이 400V인 경우): 6000kW / 400V = 15000A

               (배터리 전압이 1000V인 경우): 6000kW / 1000V = 6000A

 

 현재 양산되는 전기차의 평균 연비는 대략 1kWh 당 6km 정도이므로, 1회 충전으로 600km의 거리를 주행하려면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경우 100kWh 정도의 배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100kWh 배터리의 정격 용량(전하량)은 배터리 전압이 400V일 경우 약 250Ah이며, 100kWh의 배터리를 1분에 충전하기 위해서는 6000kW(6메가와트)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충전기가 필요하다. 요구되는 전력은 원전 1기의 설비용량인 1000메가와트의 0.6%에 해당한다.

 이때 400V 배터리의 충전 전류는 15000A로서, 가정용 누전차단기 중 고용량인 제품의 한계치가 50A이므로 이의 300배에 해당하는 값이다. 전압을 1000V로 하면 배터리 용량(전하량)은 약 100Ah, 충전 전류는 6000A가 된다.

 이 전류값은 배터리 충전 C-rate로 보면 60C 정도인데, 최근 신기술로 개발했다고 발표하는 배터리의 C-rate가 최대 10C 정도이므로 60C는 과도하게 높은 값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과제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뿐만 아니라 이에 맞는 충전기, 충전 소켓 및 케이블 등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C-rate’란?
배터리의 충·방전율을 나타낸다. 10Ah의 배터리가 있을 경우 1C로 방전(10A 전류) 시에는 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2C로 방전(20A 전류) 시에는 30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충전 시 배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전류에는 한도가 있는데, 보통 배터리의 최대 C-rate는 1C 정도이다.

 충전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충전 전류나 전압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배터리 셀에 따라 C-rate의 한계가 있어 전류는 무작정 증가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전압을 가능한 높여야 충전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충전 전압을 높일수록 충전 시간은 단축되나, 이에 따른 부품 및 시스템의 절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전압 또한 무작정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는 7년간 6개 과제에 과제당 약 300억 원씩 총 1600억 원이 지원되며, 설령 프로젝트 목표가 달성되지 않아도 난제 해결 노력 과정에서 타당성만 확보하면 된다. 산자부에 따르면, “성공을 담보로 하는 기존 연구개발 틀을 벗어나 파괴적인 잠재력을 가진 도전적 기술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기존 R&D 틀을 벗어나 창의성에 중점을 둔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전기차 분야에서 제시된 목표는 단순하게 계산해 보아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숫자임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3월, 전기차 급속충전 시스템인 ‘슈퍼차저’로 유명한 테슬라가 3세대 슈퍼차저를 발표했는데 최대 250kW 전력을 사용한다. 앞서 계산한 값의 24분의 1에 불과하다.

 

 최근까지 ‘1년에 2배’와 같이 기하급수적인 용량 증대를 이루었던 반도체 분야나, 지금도 날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달리, 전기는 물리적 한계로 인해 급격한 개선이 불가능하다. 업계 선두로 불리는 업체의 수십 배 속도를 수 년 내에 달성한다는 것은 어쩌면 ‘몽상’일지도 모른다. 다른 분야의 과제들 또한 마찬가지로 무모하고 모험적이다.

 

 지금까지 단기 성과만을 요구하는 R&D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믿는다. ‘평가 없는 지원’은 길게 보면 우리나라 R&D가 가야 할 방향일 수도 있다.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라도 초고난도 문제에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대 산업을 떠받치는 공학·기술은 옛날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초과학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인 역량에서 나온다는, 뻔하지만 당연한 사실을 다시 꺼내야 하겠다. 이러한 전사회적 역량이 부족하다 평가되는 우리나라에서, 정부 주도의 이러한 프로젝트는 자칫 ‘한탕주의’로 빠질 수도 있다. 목표가 너무 높고 평가는 하지 않으니, 처음부터 달성 불가능을 전제로 활동할지도 모를 일이다. 활동 과정에서 좋은 부수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나, 안 나오고 예산 낭비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산자부는 내년에도 과제를 선정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과학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 중이며, 앞으로 과기부와 함께하며 투자 규모를 6000억원까지 확대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기술 개발은 경제 논리를 따르는 기업에 맡기고, 여러 연구주체들과 함께하는 과학 연구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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