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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도 받은 훈장 약산은 왜?.. 독립운동단체 "4대 도시서 '김원봉 서훈' 서명운동"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 일환.."역사가 재평가해야" 문 대통령 발언 힘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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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기사입력 2019/06/08 [10:59]

전우용 “황장엽은 독립운동에 전혀 기여한 바 없었으나 이명박 정부 훈장 받아”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며 약산 김원봉의 공적을 거론했다.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항일 무장독립운동가 약산을 언급한 일을 두고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발언에 화답하는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주체사상을 정립한 황장엽도 받은 훈장을 김원봉이 못 받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념 갈등을 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발언이 오히려 이념 논쟁으로 재점화된 가운데 주요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앞으로 대대적인 '김원봉 서훈 서명운동'에 돌입한다. 

 

8일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에 의하면, 이 단체를 포함해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와 단재 신채호 기념사업회 등 국내 7개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올해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11월 9∼10일)을 맞아 이달부터 연말까지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오는 27일에는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추진위)가 발족 된다.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에는 김원웅 광복회장과 함세웅 신부가 공동으로 맡는다. 그간 약산 김원봉으로 인해 정쟁에 휘말려 지지부진했던 조선의열단의 역사적 선양을 '김원봉 사업'과 함께 '의열단 사업'임을 분명히 해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 등 관련 단체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 문제를 정부 측에 타진해왔다. 그러나 약산의 이념 문제가 정치권에서 불거지면서 그간 추진위 설립은 물론, 국가보훈처로부터도 100주년 기념사업 예산 지원을 배정받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하는 등 기류가 변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현충일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의 약산 김원봉 발언이 한 인물만이 아닌, 그간 외면받았던 의열단 단원을 비롯한 추진위 사업 전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이다.

 

1919년 11월 9일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조직된 조선의열단은 일제를 상대로 치열하게 무장투쟁을 전개했으며 중국 시인 궈모뤄(郭沫若)는 '항일투쟁의 가장 용감한 전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이 중심이 돼 조직됐던 이 독립무장단체의 단장이 바로 '서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약산 김원봉으로, 이번 기념사업은 김원봉과 함께 역사에서 잊혔던 많은 조선의열단원들의 활약상을 재조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오는 8월부터 11월까지 광주, 대구, 대전, 부산을 순회하며 '약산 김원봉 서훈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한다.

국내 학술대회와 한중 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민성진 ㈔운암김성숙기념사업회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당시 김원봉 선생이 왜 월북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도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방 후 미군정체제의 남한으로 귀국한 약산은 임시정부 김구 주석과 함께 좌우합작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역시 남북 좌우합작을 위해 활동한 여운형의 암살을 목격하고 친일 경찰의 상징이었던 노덕술에게 검거돼 모욕을 당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성진 기념사업회장은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기도 하지만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이기도 하다. 조선의열단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굉장히 중요한데도, 이념 대립 문제 때문에 묻혀왔다"고 말했다.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회장으로 최근 신임 광복회장에 취임한 김원웅 전 의원은 "조선의열단에 몸담은 사람들은 약산(김원봉)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채호, 이육사, 정율성, 윤세주 등 여기 몸담았던 사람들은 정말 눈부신 활동을 전개했다"며 "이제 역사가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27일 발족 되는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을 맡은 김원웅 전 의원이  지난 7일 제21대 신임 광복회장으로 취임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기념사업에는 다양한 문화, 역사교육 프로그램들도 포함돼있다. 조선의열단 사진 공모전과 청년 UCC 공모전 등이 열리고, 조선의열단 100년사 화보집도 발간된다. 기념사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식 및 국민 참여 문화행사'는 오는 11월 9∼10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로부터 예산지원 요청을 받은 정부도 이번 행사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의원 6∼7명도 이번 기념사업 추진과정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념 논쟁 불지피는 야권.. "황장엽도 받은 훈장, 김원봉이 받지 못할 이유 무엇인가"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며 ‘이념 초월’을 강조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약산의 ‘서훈 논란’을 다시 끄집어내면서 조중동 보수신문의 비난과 맞물려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학계에선 김원봉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원봉이 해방 이후 월북해 북한 고위직을 지낸 것은 사실이나, 월북 경위나 항일 독립운동에 대한 평가는 정치권이 ‘이념 프레임’을 덧씌워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는 현충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또다시 우리 사회를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며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고위직까지 오른 김원봉을 추켜세웠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도저히 보수 우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으로 야당의 분노와 비난을 유도하고 있다. 정치 갈등을 극대화시켜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논란 뒤에 숨어서 각종 좌파 정책을 강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김원봉은 서훈 추서 논쟁이 있었고 날짜와 자리가 현충일, 현충원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언급이었는지 문제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진정한 국민 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지난 6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장엽은 주체사상을 정립하여 김일성 세습 독재체제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까지 지냈다”며 “그는 독립운동에 전혀 기여한 바 없었으나, 북한 정권의 숙청을 피하여 월남하는 데 성공한 공적으로 2010년 이명박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가  6일 페이스북으로 약산 김원봉이 훈장을 못 받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전우용씨 페이스북 캡처

 

전 교수는 “김원봉은 의열단 단장, 조선의용대 대장, 광복군 부사령, 대한민국임시정부 군무부장을 지내면서 독립운동에 혁혁한 공적을 세웠다”며 “해방 후 귀국한 그는 노덕술 등 친일 경찰에게 모욕받은 데다가 정치적 동지였던 여운형이 암살당하는 것을 본 뒤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남북협상에 참석했다가 북한에 눌러앉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국적 명성을 지닌 그는 북한에서 국가검열상과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지만, 김일성과는 소원한 관계에 있었다”며 “그 역시 황장엽과 마찬가지로 김일성 일파의 숙청을 피하여 탈북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현충일에 김원봉을 언급한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펄펄 뛰는 사람들, 북한 주민들을 ‘주체사상의 포로’로 만든 최악의 사상범 황장엽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는데, 김일성 일파에게 숙청당해 남한에서 ‘반공 교육 자료’로 활용돼 온 김원봉이 훈장을 받지 못할 이유는 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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