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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봉준호·송강호 '기생충' 韓 최초 황금종려상 영예

'12살 어리숙한 영화광' 거장이 되기까지 26년 영화 인생의 봉준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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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기사입력 2019/05/27 [15:38]

문 대통령, 황금종려상 수상 축하.."韓영화 100주년 영예로운 일"

문화예술계 부당한 정치개입 배제.. 자유로운 제작환경이 조성된 쾌거

 

제 72회 칸 국제영와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과 주연으로 출연한 송강호 배우. 로이터

 

봉준호 감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이름은 이창동,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영화감독 52명과 송강호 배우 등과 함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당시 국정원의 퇴출 활동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이라는 특이한 제목을 달고 출품한 영화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품고 주역으로 출연한 송강호 배우와 함께 금의환향했다. 

 

27일 오후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봉준호 감독은 “저도 처음이지만 한국 영화로서도 처음이라 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생충'은 21개 경쟁 부문 작품들과 경쟁을 펼친 끝에 9명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지난해 제71회 칸영화제에서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연이어 아시아 감독이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저는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고,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이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안았다. 한국 영화 100주년 사에 처음 있는 낭보로 한국 영화감독으로는 최초의 황금종려상 수상이며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6번째 칸영화제 본상 수상이다. 

 

봉준호 감독은 “폐막식 당시 심사위원과 만났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모르고 있더라. 깜짝 놀라더라. 칸에서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강호 배우는 “관객들의 성원과 사랑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관객들이 보여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 끊임없는 한국 영화의 사랑과 애정을 보내줘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다. 송강호 배우는 “봉준호 감독도 마찬가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줬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기생충,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영예를 안은 봉준호 감독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한다”며 “‘기생충’이 세계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매우 명예로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어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부터 배우와 스태프들, 각본과 제작 모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잘 알고 있다. ‘기생충’에 쏟은 많은 분들의 열정이 우리 영화에 대한 큰 자부심을 만들어냈다”며 “국민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12살 때부터 꾼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삶에서 찾아낸 이야기들이 참 대단하다"며 "이번 영화 '기생충'도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다"고 자신이 봉 감독의 팬임을 밝혔다. 

 

블랙리스트 봉준호의 영화 인생 26년.. 근로계약서 준수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 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가족의 희비극을 다룬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당시 무릎을 꿇고 황금종려상을 송강호 배우에게 바치는 듯한 포즈를 취해 화제를 모았다. 봉준호 감독은 “계획한 건 아니다”고 말했고, 송 배우는 “그런 퍼포먼스를 해줘서 깜짝 놀랐다. 감동적이었다”고 미소지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들어 올린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표준 근로계약을 지키며 촬영해서도 화제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만의 독특한 그런 상황은 아니다. 2~3년 전부터 근로 방식이나 급여가 정상적으로 정리됐다. 한국 영화계는 그런 식으로 촬영 현장을 정상적으로 진행해왔다. 그런 부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는 영화 스텝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처우 개선에 노력해 왔고, 봉 감독의 이 같은 인식과 실천에 의해 영화 기생충은 스텝 모두가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는 등의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영화를 찍었다.
 
그동안 ‘근로기준법 등을 준수하면 제대로 된 작품을 찍을 수 없다’는, ‘열정페이’를 정당화하는 편견과 사용자 논리가 횡행하던 세태를 보기 좋게 날려버린 쾌거여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 또한 각별하다.
 
이에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봉준호 감독을 극찬했다. 홍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한국의 영화시장은 세계 5위 규모를 자랑하며, 한국인들의 연간 영화관람 횟수는 세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독과점 시장구조, 제한된 소비자의 선택권 등 기형적 시장구조가 문제로 꼽혀왔고, 영화 제작 현장의 열악한 환경 또한 개선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우선 ‘주52시간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영화 스텝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불편함’을 봉 감독이 감내했기 때문"이라며 "좋은 제작 과정이 훌륭한 영화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AFP의 보도와 같이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였던 봉준호 감독이 블록버스터가 되었다는 것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부당한 정치개입을 배제하고 자유로운 제작환경이 조성됨으로써, 더 좋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출신의 봉준호 감독은 1969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영화아카데미 11기 출신이다. 

봉 감독의 외할아버지는 국어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한국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박태원 작가다. 박태원 작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천변풍경'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버지인 고 봉상균 영남대학교 미대 교수는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국립영화제작소에서 미술실장으로 근무하며 초창기 한국 영화계에서 활약했다.

 

봉 감독은 1993년 만 24살에 제작한 단편 영화 '백색인'으로 데뷔했다. 이후 '지리멸렬' '프레임 속의 기억들' 등 단편 영화들과 몇편 영화의 각본 등을 거쳐 2000년 상업 장편 영화인 '플란다스의 개'를 연출했다.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 면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비평적으로는 호평을 받았다. 


그의 불세출의 출세작은 '살인의 추억'(2003)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재해석한 이 영화는 그해 영화 시상식을 휩쓸었을 뿐 아니라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크게 흥행했다. 이어 봉 감독은 3년 후 '괴물'(2006)을 선보였고, '괴물'이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면서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받는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봉 감독이 선보였던 7편의 장편 영화 중 초기 2편을 제외한 5편은 모두 칸영화제와 깊은 인연이 있다. '괴물'은 제5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을 받았고, '도쿄!'는 제61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마더'는 제62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을 받았다. 

수년간 칸영화제의 유망주로 활약했던 그는 드디어 2017년 '옥자'로 생애 처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이후 2년 후 두번째로 진출한 경쟁 부문에서 '기생충'으로 마침내 황금종려상 수상에 성공하며 한국 영화 장인으로 우뚝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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