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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찾을 황교안, 32년전 노태우를 떠올리다. '뻔히' 드러나는 속내는?

노태우처럼 수난 당하는 모습에서, 박정희에서 유래한 ‘지역감정’ 유발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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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은 기자
기사입력 2019/05/13 [17:44]

▲ 최근 광주를 찾았던 황교안 자한당 대표, 광주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항의를 받고 황급히 떠났다.     ©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 서울의소리 고승은 기자 ] “87년 대선 때 노태우 후보가 여기 광주 유세를 왔어요. 그 때 돌을 집어던지고 신문지를 불 지르고 완전 난동이 나서 유세장이 엉망이 됐거든요. 그러고 대구로 와서 광주에서 얻어맞고 왔다고 지역감정을 엄청나게 부추겼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황교안 대표가 여기 올 자격을 얻으려면 망언한 사람들을 중징계해야 해요. 그런데 그거를 유야무야 깔아뭉개고 5.18 행사 때 여기 오겠다는 거잖아요? 뭐하러 오겠어요? 얻어맞으려고 오는 거예요. 이 모든 작태는 다시 한 번 인구가 많은 영남의 지역감정을 조장하겠다는 게 아니라면, 우리들의 건전한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태거든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 문화제 토크콘서트에서)

 

“저는 역사를 되돌려 봐서 1987년 노태우 후보의 광주 유세를 떠올린다. 그날 노태우 후보가 격양된 광주에 와서 5.18 아무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 노태우 후보에게 의견을 표출했다. 그것을 이용해서 타 지역 진영대결로 몰아가면서 선거를 치룬 적이 있다. 18일 황교안 대표가 광주 온다는데 광주시민들은 격양되어 있다. 진상규명위원회 출범, 5.18 특별법 문제,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여기에 한마디 말 도 없이 18일 노태우 후보처럼 격양된 시민들에 의해서 불미스런 사태를 유도하는 것인가? 이것이야 말로 정략적이고 대권노름이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 13일 국회최고위원회의)

 

황교안 자한당 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기 기념식 참석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광주 북구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적한 내용이다. 사실 뻔히 보이는 술책이 있다는 것이다.

 

시계를 32년전으로 되돌려 87년 대선 당시 장면을 찾아봤다. 87년 11월 29일 일요일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는 유세를 위해 광주역 광장을 찾는다. 그날 광주에선 격렬한 항의가 벌어졌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를 짓밟은 민정당 세력을 광주 시민들 입장에선 절대 환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인용해봤다.

▲ 1987년 13대 대선, 노태우 당시 민정당 후보가 광주를 찾았다. 그날 광주에선 격렬한 항의가 벌어졌다. 노태우 후보의 홍보물이 거리 곳곳에서 불태워졌다.     © MBC

“오늘 노태우 민정당 후보의 유세가 열린 광주역 광장에는 오후 2시쯤 식전행사가 진행될 때부터 연달아 분수대 근처에 있던 청년과 대학생 300여명이 갑자기 김대중을 연호하며 시위를 시작했으며, 민정당 지지자들이 외치는 노태우 소리와 뒤섞여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학생들의 시위가 격렬해지자 찬조연설 중이던 이대순 의원은 사랑과 화해로 광주의 아픔과 한을 풀자면서 눈물로 호소했으나 이들은 민정당 측의 홍보물 등을 불태우면서 시위를 계속했습니다. 2시 15분쯤 시위대는 나무와 막대기, 돌 그리고 사과 등을 연단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2시 20분 쯤 노태우 후보의 카퍼레이드가 연단 앞 300m지점에 이르렀을 때 학생 100여명이 김대중을 연호하며 접근을 시도했으며 노태우를 외치는 민정당 지지자들과 뒤섞였습니다. 카퍼레이드가 연단 앞 100m지점에 이르렀을 때 돌과 막대기가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노태우 후보는 방탄유리를 든 경호원과 청년 지지자들의 둘러 싸여 있어 연단에 등단했습니다.”

 

당시 장면을 보면 노태우 후보의 카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도중, 민정당의 홍보물들이 거리 곳곳에서 불타고 있으며 나무막대기, 돌 등이 마구 날아다닌다. 현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 1987년 13대 대선, 노태우 당시 민정당 후보가 광주를 찾았다. 노태우 후보는 방탄유리를 든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고 유세를 이어나갔다.     © MBC

이곳에서 노태우 후보는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유세를 이어나간다. 그가 연설하는 자리 옆에는 경호원들이 방탄유리를 들고 보호하고 있다. 노태우 후보는 “자제할 것을 호소한다. 우리 모두 화합합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대한민국 만세! 민주 대한민국 만세! 민주 광주시민 만세!”등을 외치기도 한다.

 

당시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해, 노태우 후보는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느니 진상규명을 하겠다느니 그런 이야기는 당연히 하지 않았다. 저렇게 무조건 ‘화합’ 얘기만 했을 뿐이다.

 

그러니 광주시민 입장에선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노태우가 광주를 찾았던 것은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닌, 수모를 당하는 그림을 만들면서 영남 지역의 표를 결집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엔 ‘여촌야도’, 별로 강하지 않았던 “지역감정“

‘차별 받은’ 호남은 과거 박정희와 공화당 텃밭이었다.

박정희-김대중 맞붙은 71년 대선, 고전하던 박정희 측이 만든 “지역감정”

박근혜의 비서실장 김기춘·허태열도 지역감정 대표적 악용

일부러 ‘수난’ 당하려 광주 찾으려는 황교안, 그 속내는 이미…

 

사실 동서 지역감정은 과거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약했다. 선거 땐 여촌야도 현상만 있었을 뿐이다. 서울에서는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공화당이 꽤나 고전했으나, 농촌에서는 의석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전라북도나 전라남도도 공화당이 다른 야당들보다 훨씬 강세였다.

 

박정희도 군사반란 이후 첫 대통령 선거에서 윤보선에게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을 때도 호남 유권자들의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 서울에선 두 배 이상 차이로 대패하는 등 도시에서 큰 고전을 겪었으나, 농촌에서 엄청난 표를 휩쓴 바 있다. 전북(49.43%), 전남(57.22%)에서 윤보선보다 34만표 이상을 더 얻었다.

▲ 1967년 벌어진 7대 국회의원 선거, 호남지역은 1960년대에는 박정희 여당인 민주공화당의 텃밭이었다. 반면 서울에선 여당이 크게 고전했다. 그만큼 ‘여촌야도’ 성향이 당시엔 굉장히 강했다.     © 위키백과

민주공화당은 6대 국회의원 선거(1963년)를 보면 전라북도(전체 11석)에서 7석, 전라남도(전체 19석)에서 12석을 얻었다. 엄청난 부정선거로 악명 높았던 7대 국회의원 선거(1967년)를 봐도, 전라북도(전체 11석)에서 11석, 전라남도(전체 19석)에서 16석을 휩쓴다. 그러니 오히려 호남이 박정희와 여당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역감정은 1971년 대선 때 만들어진다. 군장병 60만표를 강제 싹쓸이하는 등 중앙정보부를 통해 온갖 부정을 저질렀음에도 박정희 후보는 당시 김대중 후보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박정희 측에서 앞장서 조장해 만들어진 것이 지역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영남이 호남보다 인구가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이효상은 이같은 망언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한다. 

▲ 1971년 7대 대선, 지역감정 조장으로 영남 지역에선 박정희가 압도적인 표를 얻는다.     © 위키백과

“박 후보는 신라 임금의 자랑스러운 후손이다. 이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 이 고장 사람을 천 년만의 임금으로 모시자"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우리 영남인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

 

또 선거 3일전 호남에서 영남인의 물품을 불매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허위전단을 뿌려 영남지역의 강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로 인해 호남의 김대중 지지율에 비해, 영남의 박정희 지지율은 더 압도적으로 나올 수 있었다. 게다가 영호남의 인구 차이가 있어 선거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런 지역감정 조장은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됐다.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곤 했는데, 92년 대선 두 달 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연루된 ‘초원복집’ 사건도 대표적인 지역감정 조장 사례다. 김기춘은 김영삼 후보 승리를 위해 공무원까지 동원해 ‘지역감정 조장’을 모의한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으킨 ‘초원복집 사건’, 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며, 그는 당시 부산 지역 기관장들과의 모임에서 대놓고 “지역감정을 조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     © 연합뉴스TV

“하여튼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돼”

“노골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고, 접대를 좀 해달라, 야당에서는 상당히 강경하지만, 아 당신들이야 지역발전을 위해서이니 하는 것도 좋고.. 노골적으로 해도 괜찮지 뭐.. 우리 검찰에서도 양해할거야, 아마 경찰청장도 양해..”

“부산 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냐 하면 영도다리 빠져죽자. 남들이 비웃을 것이다. 당락을 불구하고 표가 적게 나오면 우리는 멸시받는다. 바보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난 2000년 16댜 총선,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에 출마했을 당시 상대 후보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으로 선거에서 낙선하고 만다. 당시 상대 후보는 박근혜의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골수친박’ 허태열 전 의원으로, 당시 유세에서 대놓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망언을 한다.

▲ 지난 16대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허태열 전 의원, 그는 대놓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망언을 해 금뱃지를 단다.     © MBC

'민주당은 전라도정권, 전라도 사람이 키우고 사랑하고, 반대로 우리 한나라당은 부산시민이 키웠고 부산시민이 사랑했습니다. 지금 살림살이 나아지신 분 계십니까? 손 한번 들어보세요. 저기 몇 분 계시네요.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 거 아닙니까? 중앙정부 요직에 부산사람을 찾알 볼 수 없어서 몇몇 사람이 눈에 띄면 천연기념물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자녀들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사업수완이 있어도 이제는 다 틀렸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아들 딸들이 비굴하게 남의 눈치나 살피며 종살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습니까?'

 

당시 여론조사에선 노무현 당시 후보가 리드하고 있었으나, 이같은 지역감정 조장 발언에 낙선하고 만다. 하지만 낙선을 각오하고도 지역감정을 깨려는 그의 진정성에 감동한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후 ‘바보 노무현’ 돌풍으로까지 이어지며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같은 지역감정은 다행히도 예전보다 많이 수그러들었고,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선 부울경을 더불어민주당이 휩쓸기까지 했다. 

▲ 최근 광주를 찾았던 황교안 자한당 대표, 광주시민과 시민단체들의 엄청난 야유와 항의를 받았다.     ©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그러나 다시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시도가 진행되려나보다. 바로 그 지역감정을 조장한 시초 격인 그 당의 후예들이 말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대구경북에서만 겨우 승리한 자한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 부울경 쪽으로 세력을 넓혀보려는 작전이 아니면 황교안 대표의 광주행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꿍꿍이가 황교안 대표에게 없다면, 진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5.18 망언을 한 당사자인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등을 강하게 일벌백계한 다음에 광주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니 더욱 지역감정을 조장하려고 광주를 찾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만 흘러나온다. 32년전 노태우처럼 수난당하는 모습을 남기려는 속내일 것이다.

 

그러나 광주시민들은 물론, 다른 시민들도 이제는 많이들 그런 뻔한 수법을 눈치채고 있다. 황 대표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무언가 진정성 있는 행동을 조금이라도 하지 않고 광주를 찾을 경우 유시민 이사장 말처럼, 이렇게 해주자.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황교안 대표가 광주를 찾을 시, 대응할 수칙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 광주MBC

“황교안 대표가 혹시라도 오시면 이렇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첫째,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둘째, 절대 말을 붙이지 않는다. 셋째, 절대 악수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황교안 대표가 나타날 때 즉시 뒤로 돌아서는 겁니다.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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