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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민주주의와 정의, 매우 취약한 상태에 노출돼..'경각심' 가져야“

2020년 총선 이 총리 역할은? "정부·여당의 일원으로서 자신에게 합당한 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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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기사입력 2019/05/13 [08:33]

"아스팔트에서 소리 지른다고 민생 좋아지지 않아..국회 외면 안 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에콰도르 키토의 한 호텔에서 순방 동행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정치적 지향은 결과로 입증돼야.. 소득주도성장, 지나치게 정쟁화돼"

 

이낙연 국무총리는 10박 11일 일정으로 중동과 남미, 북미를 거치는 ‘지구 한바퀴’를 도는 외교를 하던 지난 8일 2020년 총선에서의 본인의 역할론과 관련해 "저도 정부·여당에 속한 일원으로 거기서 뭔가 일을 시키면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총리는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한겨레 등 순방에 동행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아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면서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와 정의가 충분히 실현되고 있다’는 가짜 포만감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이 총리는 내년 총선의 의미에 대해 "현직 총리가 구체적으로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전제한 뒤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각종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 총리는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제가 계획을 세워놓고 사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다"라며 "몇살에 뭐하고, 몇살에 뭐하고 이런 게 없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 출신 대통령이 나오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나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총리가 말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총리는 “우리가 일상에서 꿈꿔왔던 민주주의와 정의, 법치주의, 공정사회, 이런 것을 향해 노력을 많이 했지만, 매우 취약한 상태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며 “민주주의가 어느 단계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게 아닌, 끊임없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함께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화문에서 매주 벌어지는 (태극기부대 집회와 같은) 일들이 그(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탄핵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친 ‘정의’마저 부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에 편승하려는 일부 정치세력의 태도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과거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나빠진 것에 대해 보수세력이 합리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우리 보수세력이 남북문제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그분들에게 너무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십여년 동안 대북 정책의 좌절 역사를 보면 원인은 거의 공통적이다. (보수세력) 마음대로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로 들며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이 하는 대로 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아들 부시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생각이 달라)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판문점 넘어 전망대까지 모시고 갔다. 한번 보시라고.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7일 에콰도르 키토의 독립광장에 있는 독립영웅기념탑을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연합


작금의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대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또 빨리 회담을 재개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북특사 파견에 대해서는 “특사라는 게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일치가 돼야 오고 가는 것”이라며 쉽지 않은 상황임을 전했다. 이 총리는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한미 정상의 최근 통화에서 드러났듯이 대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빨리 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생에서 무직 상태로 있었던 것은 기자를 그만두고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 50일이었다”며 “이력서에 공백이 있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공백이 있으면 굶어죽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번 순방은 중동 쿠웨이트를 시작해 포르투갈을 거쳐, 중남미의 콜롬비아 에콰도르를 방문한 뒤 미국 휴스턴을 찍고 오는 긴 일정이었지만 공백을 별로 두지 않았다. 빈틈없는 일정 속에 그가 챙겨 먹은 아침식사는 시리얼이었다. 그는 곡물 뿐만 아니라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씨앗이 든 시리얼을 좋아한다. 건강을 챙기는 그에게 정치 인생 가운데 남은 것은 ‘한자리’ 뿐이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정치적 구상이나 일정을 묻는 말에도 “총리가 계획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총리를 그만둔 뒤에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자신에게 닥칠 미래의 일정에 대해 말문을 닫은 이 총리는 언론인 경력만 22년에 정당 대변인을 거쳤다. 무엇이 ‘뉴스’가 되고 어떤 게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누구보다 잘 안다. ‘4선 의원과 도지사, 총리까지 하면서 풍부한 행정·외교 경험이 있는데 국민을 위해 좀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돌려 묻자 “여러 번 이야기를 했다. 계획을 세워놓고 사는 타입이 아니다. 주어진 일에 재미있게 임했을 뿐이다. 계획대로 되지도 않는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치인 이낙연이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의 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지향할 것은 이미 다 나와 있다"며 "거기에 굳이 더 얹자면, 결과로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늘 현장을 강조하고 정책의 실행력을 강조하는 이유가 그것"이라며 "정치적 지향은 삶의 개선이나 우리 사회의 진화 같은 결과로 나타나야 하며, 총리로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최근 경제 상황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경제지표를 안 좋다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며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 감소한 데 대해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분명 1.8% 늘었다"면서 "지난해 4분기가 가장 좋았는데 그것보다 나빠졌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6조 7천억원 규모 추경안이 패스트트랙 관련 국회 공전으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 된데 대해 "민생을 빨리 도와야 한다고 말하면서 국회를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아스팔트에서 소리만 지른다고 민생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한당이 길거리 장외투쟁에 나선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주요 경제기관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에 대해서도 "앞으로 결과를 봐야 한다"며 "그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해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관련해선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정쟁화되고 있다"며 "논쟁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그것을 알고도 모종의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임금 증가를 통한 가계 소득 증대, 의료비 경감을 통한 가계 지출 감소, 사회안전망 확충 등 3개의 기둥으로 돼 있다"며 "문제로 삼는 것은 이 중 일부인 임금 문제인데 그것을 개편하기 위해 법안을 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분배의 악화 문제와 관련해선 "고령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고용으로 밀려난 분들이 있는 것 등 2가지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유가 무엇이든 그런 분들이 생겨 전체 분배 구조가 개선되지 못한 건 분명 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이 총리는 "강원 산불, 메르스, 가축 전염병 등 안전 중에서도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굉장히 자랑스럽다"며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제도화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보다는 빈번해졌지만, 여전히 정상급 외교에 공백이 많다"며 "우리는 경제나 외교의 대외의존도가 몹시 높은 나라로서, 외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최종 순방 일정은 롯데케미칼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 준공식 참석이며, 뇌물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난 것은 “기업을 위해 가는 것이지 특정인을 만나러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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