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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보복 큰소리쳐도 ”송금 정지, 비자 정지 모두 일본에 타격”

경제면에서 한국 일본 의존도 낮아져 ..'보복조치'에 일본 경제계도 '불안'한 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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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기사입력 2019/03/14 [15:35]

"양국 경제 복잡히 얽혀, 시스템 파괴 안돼"

대일무역적자 연합뉴스

"한국 진출 日기업 85% 흑자".. 한국이라는 큰 고객 놓치고 싶지 않은 일본

 

강제 징용 재판에서 승소한 원고 측 변호인단들의 후속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한국 내 미쓰비시 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한 압류 명령이 신청됐고, 이미 압류된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주식을 현금화하기 위한 매각 명령 신청도 이르면 이달 말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일본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소송 후속 움직임과 관련해서,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경제보복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지난 12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피고인 일본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 압류 등의 움직임을 보인 데에 따라서 실제 일본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송금 정지, 비자발급을 정지 하겠다는 언급을 했다.

 

14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 일본 정부 인사들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보복 조치'를 언급하며 압박하는 데 대해 일본 경제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관련해 보복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본 기업들도 사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징용 재판에 대한 ‘대항조치’로 검토중인 경제 제재와 관련해 일본 내에서도 그 효과를 의문시하면서 일본 역시 경제보복을 감행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소 부총리는 한국에 취하는 조치와 관련된 정책라인에 있지 않다”며 “송금·비자 금지는 현실성이 없어서 일본이 선택지에 올릴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일본으로서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특정국의 출입국 심사를 강화하는 부담을 감수하기 힘든 상황인 데다 비자발급 제한도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714만명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231만명)의 3배가 넘는 상황이다.

 

신문은 아소 다로 부총리가 보복 조치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실제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한일관계 소식통)이라는 견해가 강하지만, 이런 발언이 일본 기업들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소 부총리는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 정지, 비자 발급 정지라든지 여러 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만약 수출 제한과 고관세 부과 조치를 한다면 한국과 일본 기업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일본 반도체 관련 소재 제조사의 간부는 "한·일의 산업은 서로 잘하는 분야에서 협력하는 수평적인 관계"라며 "한국이 기울어지면 일본도 기울어진다. 세계 공급망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일본 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중 일본 진출 기업들의 흑자 비율이 가장 큰 국가다. 2018년도(2018년 4월~2019년3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일본 기업의 85%가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비율은 중국(72%), 태국(67%)보다 높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런 사실을 소개하며 한국이 일본 기업에게 "돈 버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징용 판결에는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지만 사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피하고 싶다. 양국 정부가 냉정하게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일본 기업들의 본심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신문은 일본의 보복 조치가 한국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2000년만 해도 일본은 한국에 2위의 수출국가였지만, 2018년에는 5위로 떨어졌다. 작년 한국의 대일 무역 적자액은 240억달러(약 27조1천608억원)으로 일본은 한국에 최악의 무역적자 국가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렇게 경제 면에서의 일본 의존도가 낮아진 것이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사업 등을 타깃으로 보복 조치를 취한다면 한국 기업도 당연히 타격을 입겠지만,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에 부메랑처럼 2차 피해가 돌아오는 구조라는 것이다.

 

"양국 경제는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그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면 피해액는 셀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한국내 일본 기업인 모임‘서울재팬클럽’ 이사장을 지냈던 다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 전 한국후지제록스 회장이 최근 발매된 월간지 문예춘추 대담기사에서 한 말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정밀부품 회사들에 삼성과 LG는 중요한 납품처"라며 "(스포츠 용품)데상트의 가장 큰 시장도 한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양국 경제가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의 경우 디자인이 뛰어나고 세계 각국 사정에 맞는 마케팅 전략에도 능하지만, 삼성 제품의 부품은 절반 가까이가 일본제"라면서 "그들은 일본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고, 우리도 한국으로부터 크게 도움을 받아 서로 상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자이 신문은 이날 "아소 재무상이 예로 든 송금 정지의 경우 (일본기업을 포함해) 양국 사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에 중대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비자 발급 정지에 대해서도 "2018년 753만 명에 달했던 한국 관광객들의 일본 방문을 격감시켜 관광 수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국 경제는 서로 잘하는 분야를 나눠 맡는 수평 분업의 형태로 얽혀있기 때문에 실제로 보복 조처를 할 경우 그 여파는 한·일 쌍방 모두에 튈 수밖에 없다”면서다. 신문은 양국의 상호의존성에 대해 “삼성전자나 SK바이오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일본에 부품과 소재를 의존하고 있고, 반대로 일본 기업에 있어서 한국은 ‘돈을 버는 흑자의 나라’”라고 서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일본 경제보복 땐 맞보복 대응"

 

아소 부총리는 지난 12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이나 비자의 발급 정지 등 여러 보복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복 조치가 실시되지 않도록, 그전에 협상 등의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도 "상황이 진전돼 일본 기업에 실제 피해가 발생하면 다른 단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 보도 외에 일본 정부의 고위관계자가 공식 석상에서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 관료로는 처음으로 아소 다로 부총리가 대법원 강제징용 및 위안부 판결을 둘러싼 자산압류 및 매각에 대한 보복으로 송금 및 비자 발급 정지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도 맞대응을 포함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13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해 예상되는 보복리스트를 검토했으며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 관련부처 관계자가 비공개로 모여 최악의 상황을 포함한 예상 시나리오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일본이 사용할 수 있는 경제보복 수단을 일일이 리스트로 만들어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이에 따른 대책도 논의한 것으로 서울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대법원판결에 대항해 100여 개 한국 상품을 대상으로 한 보복관세 검토,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등 핵심 물자에 대해 한국 수출 금지, 한국 송금 및 비자발급 정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움직임과 관련해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했지만 일본 정부의 고위 관료 입에서 직접 구체적인 보복 관련 언급이 나오면서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확전은 원하지 않지만, 한국 상품이나 관광객 등에 대한 불합리한 조치가 취해진다면 맞보복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에서 경제 보복을 운운하지만 우리한테 통보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도 14일 열리는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역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분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일본은 14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하고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났다. 가나스기 국장은 이번 협의에서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지난 1월 9일 요청한 ‘외교적 협의’에 한국이 응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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