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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 차단 반대' 국민청원 20만 돌파, '인터넷 검열' 논란 지속

방통위 해명에도 커지는 반발... 시민단체 "감청으로 해석할 여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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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사입력 2019/02/16 [12:28]

방통위 보안접속 차단에 '인터넷 검열' vs '불가피한 조치' 논란 지속

새로운 방식뿐만 아니라 기존 방식도 '인터넷 검열'... 한국 '부분적 인터넷 자유국'

'일베'·'워마드' 등 혐오 사이트와 유튜브 가짜뉴스 내버려두고 성인 사이트만 제재 논란도

 

정부(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상의 불법 음란물과 도박 사이트 등을 막겠다며 지난 11일부터 https(보안) 접속에도 대응 가능한 차단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한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15일 오후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방통위가 이번에 적용한 기술은 'SNI 필드 차단'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인터넷을 접속할 때에 오가는 대부분의 정보를 암호화하는 '보안 접속'인 https 이용도 막을 수 있다. 방통위는 이를 통해 기존 차단 방법을 무시하고 운영하는 이른바 '유해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차단 이튿날부터 새로운 접속 방법이 인터넷에 널리 소개되고 있어 효과는 미지수다.

 


이번 조치 시행 이전의 기술은 인터넷을 이용할 때에 오가는 '보통 정보'(암호화하지 않은 것, '평문'이라고 함)에 포함된 사이트 주소를 읽어 차단 대상 사이트를 걸러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오가는 정보를 암호화하는 https 접속에는 무용지물인데, 사이트 주소가 '보통 정보'가 아닌 암호화된 정보 속에 있어서 남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SNI 필드 차단' 기술은 https로 어떤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할 때 암호화하지 않은 채 오가는 SNI(Server Name Indication) 정보에 담긴 사이트 주소를 읽어 차단 대상 사이트를 걸러낸다. SNI가 암호화되지 않는 이유는 https 접속을 위한 '비밀번호'라고 할 수 있는 '인증서'를 교환하기 위한 절차에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의 차이로 인해 기존 방식에서는 접속 시도 시 경고 페이지로 연결되었지만 새로운 방식에서는 아예 접속이 되지 않는다.


방통위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것은 불법 음란물과 도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비판을 받으며 크게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인터넷 검열' 문제와 엮여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최초 게시자도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반대 사유로 적시했다. 특히 야당일 때 이명박근혜 정권에 맞서 검열 반대 목소리를 높이던 민주당이 집권 후 검열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는 점에서 현 여당에 불리한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

 

▲ 방통심의위의 차단 페이지인 warning.or.kr 모습. 보안이 적용되지 않은 접속을 차단하는 기존 방식이 적용되면 이곳으로 이동한다.


지난 14일에는 인터넷 검열에 꾸준히 반대해온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오픈넷이 SNI 필드 차단 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의 논평을 내기도 했다. 오픈넷은 먼저 기존 차단 기술도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임을 명시하고, 새로운 차단 기술은 이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방통위의 차단 정책으로 인해 미국 프리덤하우스에서 '부분적 인터넷 자유국'으로 분류된다. 오픈넷은 이어 "SNI 필드는 암호화되진 않지만 본래 보안 접속을 위해 존재하는 영역"이라며 "이러한 보안 목적의 영역마저 규제에 이용하고자 관리, 통제 권한 아래에 두는 것은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더하여 관련 논란은 특정 사이트 차단이 옳은지에 대한 것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는 '성인이 성인물을 접하는 것을 국가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보다 넓은 개념으로, 국가의 인터넷 사이트 차단 자체에 반대하는 완고한 주장도 다시 논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일베와 워마드 등 유해 사이트도 차단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베와 워마드 차단을 요구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오픈넷은 논평에서 "현재 대부분의 차단 대상 사이트가 성인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음란물 규제 찬반 양상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듯이 보이나, 접속차단 대상은 비단 음란물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는 불법이 아닌 '유해 정보'에 대해서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그 권한을 악용 또는 오용한 사례로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는 북한 기술 뉴스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 차단, ▲이명박 정권 시기 '2MB18nomA'라는 ID를 가진 트위터 계정 페이지 차단, ▲합법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 음란물 오인 차단 등을 제시했다.

 

▲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청원 5일째인 15일,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을 넘어섰다. 위는 16일 12시 기준 동의자.


정부의 조치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해외 음란물 사이트에서 불법 촬영물이 꾸준히 유포되어 차단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바로 우회 방법이 퍼져 실효성이 떨어지고, 평범한 이용자들이 정부나 통신사에 접속기록을 노출하게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 정부에서는 검열이 없다'는 항변에 대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정부의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원칙을 훼손하는 순간 더 많은 검열에 노출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치 논리에 떠밀려 성급한 결정을 한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를 비판하기도 한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한 '음란물 카르텔' 근절 요구에 떠밀려 손쉬운 방법만 찾다가 국민 기본권을 도외시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베', '워마드' 등 혐오 선동 사이트와 유튜브의 각종 가짜뉴스 채널은 내버려두고 성인 사이트만 제재한다는 '편중' 논란도 존재한다. 북한 관련 사이트나 성인 사이트는 유해성 평가 없이 민감하게 차단하면서 정작 사회적 해악이 큰 사이트나 유튜브 채널은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차단 대상을 결정하는 방통심의위가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조직이라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해당 청원의 마감일은 3월 13일이므로 청와대는 아무리 늦어도 4월 12일까지는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불리한 이슈에 대한 답변은 사실상 회피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청원에 대한 답변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와 방통심의위가 정부 유관 기관이지만, 독립성을 가진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조직이라 청와대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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