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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설조스님, "조계종 적폐청산 위해 목숨 걸었다"

"출구전략은 없다. 목숨 바쳐 교단 정상화 이룰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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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기사입력 2018/07/17 [23:16]

"출구전략은 없다. 조계종의 적폐청산 위해 내 한 목숨 바칠 것"이라고 낮지만 강한 어조로 힘줘 말하는 불교계의 원로 스님이 있다. 바로 불교계의 적폐청산을 외치며 27일째 목숨을 건 단식에 돌입한 조계종의 설조 스님이다. 16일 오후 서울 조계사 옆 단식농성 천막에서 만난 설조 스님은 약 한달 간의 목숨을 건 단식 농성으로 인해 기력이 쇠해져 있었다.

 

"출구전략은 없다. 목숨 바쳐 교단 정상화 이룰 터"

 

농성 천막 한가운데에 의자 하나에 기댄 채 염주알을 돌리고 있던 설조 스님을 만났다. 설조 스님은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서울지국의 기고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사기·협잡 집단이다'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는데도 우리 종단에선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불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교단의 대표인 종정스님과 원로스님들도 일체 반응이 없었다"고 개탄했다.

 

설조 스님의 단식 농성장인 천막에는 '88세 설조스님 단식'이라는 피켓이 부착돼 있다. 좌측에는 도정 스님, 우측에는 무위(현진) 스님의 모습이 보인다.  ▲ 설조 스님의 단식 농성장인 천막에는 '88세 설조스님 단식'이라는 피켓이 부착돼 있다. 좌측에는 도정 스님, 우측에는 무위(현진) 스님의 모습이 보인다.

 

이어 스님은 "일반인도 '너는 사기·협잡꾼이야"라고 하면 심각한 모욕이고 분노할 일인데, 2천년 우리민족과 숨쉬어온 종교인 불교 교단을 사기·협잡 집단이라고 했는데도 불교계가 무반응인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고 황당해 했다.

 

설조 스님이 분개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통계청의 종교 인구조사 결과 불교신도는 300만명이 줄었다고 했는데, 말하기 쉬워 300만이지만 상당히 큰 숫자다. 300만 신도가 줄었다고 하는데도 조계종 총무원 당국은 일체 반응이 없었다. 반응이라고는 통계청 통계방법이 잘못돼서 그런 수치가 나왔다는 얘기가 고작이었다. 대한민국 통계청의 통계방법이 잘못돼서 그런 수치가 나왔다고 했다. 이건 참 기막힌 일 아니냐, 그런데도 그때도 역시 종정스님과 교단 지도부는 침묵했다"고 분개했다.

 

27일 간의 단식 농성으로 인해 수척해져 있는 설조 스님이 염주를 손에 꼭 쥐고 있다.
▲ 27일 간의 단식 농성으로 인해 수척해져 있는 설조 스님이 염주를 손에 꼭 쥐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통계자료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님 봉축등이 예전과 같이 달렸다', '불전이 예전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 주요사찰 주지들의 반응이었다"며 "과연 이 사람들이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가. 이것은 끔찍한 사건인데 어떻게 해서 등 달린 숫자가 예전과 같고 불전이 예전과 같다고 그것으로 자위를 하느냐. 이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반응"이라고 개탄했다.

 

계속해서 스님은 자신이 목숨을 건 단식 농성에 돌입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해인사의 젊은 스님이 땡볕에서 불교계의 정화를 위해 1080회 참회기도 하는 것을 봤다. 젊은 스님도 저러는 판에 이 세상 다 산 늙은이가 무엇을 주저해서 가만히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법주사 부처님 앞에서 고별인사를 드리고 나서 '비록 늙고 추하고 쓸모없는 이 몸뚱이지만 부처님께 공양 드리오니 우리 교단이 모쪼록 정상화되도록 살펴줍시사'하고 부처님께 말씀 드리고 상경했다. 제가 단식하는 이유는 종단의 정상화다. 그 정상화가 단식중에 성취돼도 좋고 아니면 제가 명을 거둔 뒤에 스님들과 불자들이 분발해서 교단 정상화를 이뤄내도 좋다. 다만, 제 육신이 교단 정상화되는데 기폭제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어서 그 이후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출구전략은 없다. 이를테면, 제 건강이나 다른 여타문제에는 생각이 없다. 오로지 교단정상화를 위해서 하는 단식기도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 "사익 은폐, 은처 의혹, 족벌체제를 타파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무위(현진) 스님은 잠시 편안한 자리로 이동해 좀 더 구체적이고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이 되고부터 종단에는 소위 '도박사건'이 벌어졌다"며 "그런데 이 사건은 조사가 다 됐음에도 유야무야 다 풀려났다. 그뒤부터 자승 스님의 종무행정은 교단을 사적인 종단처럼 부려온 것도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조계종단 적폐청산운동이 시작됐고 3년 동안 싸워왔다"며 "자승 원장이 사적으로 움직였고 거기에 저항하면 징계를 남발했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잘못된 종단운영을 고발하려다가 폭행 당한 적광 스님의 사례다. 그 스님은 폭행을 당해 지금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조 스님의 단식 농성장으로 가는 길가에 세워 놓은 피켓에 단식농성을 지원해주고 있는 자원봉사 불자들의 주장이 담겨있다.
▲ 설조 스님의 단식 농성장으로 가는 길가에 세워 놓은 피켓에 단식농성을 지원해주고 있는 자원봉사 불자들의 주장이 담겨있다.

 

'지금 설조 스님이 단식 농성을 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엔 "대략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승 원장에서 현재의 설정 원장으로 이어지는 불교계에는 온갖 비리들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들이 사익 은폐, 은처 의혹(스님이 남몰래 내연관계를 갖고 있는 여인을 숨겨 놓는 일) 및 족벌체제"라고 했다.

 

그는 "여기에는 과거의 자승 원장 세력들이 엮어져 있다. 우선 본사 주지들은 주지에서 밀려날까봐, 사찰중에서도 유수한 사찰들에는 물욕과 권력욕 등이 합쳐져서 그들이 쇠줄처럼 엮여져 있다"며 "이런 족벌 카르텔을 깨지 않고는 조계종의 밝은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그는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한 심경이지만 조계종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런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사회의 작은 범법자들도 처벌 하면서 '종교계의 일은 종교계 내부에서 해결하라'는 것은, 이건 제가 생각하기에는 법치가 아닌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마지막으로 그는 "종교의 부패를 이토록 방치하고 냅두면 이건 종교부패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사회부패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88세된 분이 왜 단식하겠느냐, 스님들과 불자들 눈에 불교계가 잘못 돌아가고 있고 뭔가 썩어가고 있으니까 저렇게 나와 계시는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단식 농성장 한편에 세워져있는 '파계승에 부역승려 조계종을 말아먹네'라는 구호가 담긴 피켓과 '은처대처 공생하니 조계종단 망할 지경'이라는 문구가 씌여져 있는 피켓이 단식농성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 단식 농성장 한편에 세워져있는 '파계승에 부역승려 조계종을 말아먹네'라는 구호가 담긴 피켓과 '은처대처 공생하니 조계종단 망할 지경'이라는 문구가 씌여져 있는 피켓이 단식농성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한편, 무위(현진) 스님은 이날 본 기자에게 "돌아오는 토요일 오후 5시에는 조계종의 정상화를 염원하는 한 불자의 소지(燒指) 공양(자신의 손가락을 불태우는 공양)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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