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시기인 2011년 댓글 등 인터넷 '여론 조작' 활동을 벌인 의혹이 제기된 경찰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수구·극우단체 회원들을 여론 대응을 위한 ‘사이버 요원’으로 선발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하여 보도한 경찰의 ‘사이버 안보 신고요원 운영 계획(비공개)’ 문건을 보면, 이명박 정권 경찰청 보안국은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 수구·극우단체와 접촉해 인터넷 여론 대응을 위해 민간인 요원을 비밀리에 선발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이 비공개 문건은 경찰청 보안국이 이명박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 여론 대응을 위해 수구·극우단체 회원 7만여명의 동원 계획을 세운 ‘안보 관련 인터넷상 왜곡정보 대응 방안(2011년 4월)’ 문건을 작성한 이듬해 생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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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작성된 보안국 문건은 이명박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 여론을 1~3단계로 나누고 비판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 전파되는’ 3단계에 수구·극우단체 동원 계획을 세웠는데,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 초 실제 모집 방법과 선발 기준 등 구체적인 동원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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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보안국 보안2과가 작성한 이 문건은 ‘사이버 안보 신고요원’ 선발의 이유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와 수많은 사이트에 게재되는 선전물을 소수의 (경찰) 사이버요원만으로 검색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들며 “광범위한 사이버 공간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행위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색을 통해 사이버 안보 위해요소를 철저히 색출한다”고 적시했다.
문건의 ‘신고요원 선발 세부계획’을 보면, 경찰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수구·극우단체와 접촉해 운영진으로부터 추천받은 이를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하고, 같은해 3월까지 심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보안2과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3월 말 실제 요원을 선발하고, 19대 총선이 있었던 4월 초에는 신고요원 위촉 및 ‘사이버안보 동반자 발대식’까지 열 계획이었다.
문건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성해 사이버 안보위해 요소 색출 활동을 전개”한다는 추진 일정을 작성하고, 요원의 활동범위로는 “수사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비공개 온라인 커뮤니티와 게임·일상생활 커뮤니티 등에 간헐적으로 행해지는 안보 위협요소를 색출”하는 것 등이 거론됐다. 선발된 신고 요원의 활동 역량이 강화되면 오프라인 활동까지 추진한다는 운영 계획도 담겼다.
선발 대상은 ‘사이버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건전한 보수단체 구성원’과 ‘국가관이 투철하고 사이버 활동이 활발한 일반 네티즌’으로 한정했다. 이는 앞서 2011년 경찰청 보안국이 작성한 2개 문건의 수구·극우단체 동원계획과 일치한다. 2011년 작성한 문건에서는 여론 악화 시 보수단체 회원을 동원하고 “인터넷 보수성향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경찰) 보안요원이 인터넷 카페 게시판 등에 당부성 글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는 수준으로 공조 계획을 세웠지만, 민간요원 선발 계획 등 구체적인 동원 계획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이 같은 민간요원 운영이 ‘안보 위해 요소’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요원 선발은 비공개로 하는 등 비밀리에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문건은 “사법기관에서 여론 검열 등 표현의 자유제한 등 시비 방지를 위해 (선발은) 비공개로 추진한다”고 적시했다. 경찰 스스로도 이 같은 민간 요원 선발이 여론조작 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온 경찰청 관계자는 “진상조사 과정에서 당시 작성된 내부 문건들을 확인했지만 그 당시 보수단체를 동원할 만한 안보위해 요소가 없어 실제로 (동원 계획은) 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후 특별수사단이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