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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걸린 숙제

6월10일은 희망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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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석
기사입력 2017/06/11 [00:36]

1987년 6월, 세상은 온통 민주화 항쟁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권력에 매여있던 신문사의 일개 스포츠 담당 기자는 속절없는 무력감 속에서 부끄러운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어느 날 나는 가까운 동료와 함께 신촌으로 나갔다. 

내 스스로에 대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모멸감 때문에 나선 길이었건만, 

 

처음부터 나는 슬그머니 군중 속에 숨어들어가 절반쯤은 구경꾼으로 가장했다.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다.

 

신촌에서 출발한 시위대열이 차도를 가득 메운 채 아현동을 지나, 서소문을 지나, 시청으로 향할 때도 나는 여전히 보도를 걷는 행인의 한 사람으로 보여지길 원했다.

 

그러나!!

시청 광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더 이상 구경꾼이나 행인으로 가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6월항쟁의 또 다른 주역 넥타이부대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광장에는 이미 나처럼 넥타이를 풀어헤친 수십만 인파가 너나 구별없이 한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그건 더 이상 소외된 시민들의 단순집합이 아니었다. 

멈춰 선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굴리기 시작하려는 거대한 힘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그 굿에서 나는 다시 용감할 수 있었다. 
 
3년 전 세월호 참사 이래 지난 겨울 촛불시위 때까지 나는 다시 줄기차게 광장에 나섰다.  이번에는 서울광장이 아니라 광화문광장이었다. 

 

‘권력의 헤코지’라는 30년 전의 공포심은 없었지만 권력의 횡포에 대한 분노는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부도덕한 권력은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는 의지는 그때보다 훨씬 더 강고했다. 

 

이 분노와 의지야말로 30년 묵은 숙제를 마친 원동력이었다. 

그 결과, 이기고도 뭔가 암울했던 그때와 달리 30년 후의 오늘 

 

6월10일은 희망에 가득하다.

 

자유언론실천재단  강기석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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