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자, 이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다

가 -가 +

서울의소리
기사입력 2014/06/25 [01:30]

필자는 단 한 번도 박근혜 대통령의 민주적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의 부정선거가 존재하는 한 민주적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헌데 이 문제는 법원의 결심공판을 (새누리당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어) 재보선 이후로 미루어진 것 같지만, 그 판결과 상관없이 필자는 민주적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필자의 이상과는 다릅니다. 박근혜는 국민이 4.19때처럼 들고 일어나지 않는 이상 대통령의 임기를 다 채울 것입니다. 산업사회의 발전단계의 내재적 요인 때문에 시민들이 극도로 파편화되고, 시장 원리에 길들여져 있으며, 지식인들이 전문화와 세분화돼 하나의 통합된 힘으로 작용할 수 없습니다. 

                                      6.10항쟁의 힘은 국민에 있었다 

현실적으로 제2의 4.19나 6.10항쟁은 박근혜 임기 동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세월호 침몰이 현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정도로 심각한 비밀이 숨겨져 있거나, 다음 달로 미룬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법원의 판결이 박근혜의 민주적이고 헌법적인 정통성에 반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모를까, 박 대통령의 임기는 채워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창극이 자진사퇴(박근혜에 저항할 수 없어 그런 형식을 빌린 것에 불과한 사퇴)한 지금, 박근혜의 남은 임기가 그나마 국민과 국가에 피해를 주지 않게 하려면 김기춘 비서실장(문창극의 추천이 비선라인으로 유명한 정윤회의 작품이라고 해도, 인사검증위원장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이 물러냐야 합니다. 세상이 이미 21세기로 접어든 지도 14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70년대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정권의 운명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됩니다. 

현대는 죽으나 사나 시장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느냐의 시대입니다. 국가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인 신자유주의는 극히 일부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사회, 국민 전체를 통치의 대상(시민으로 포장된 개별 소비자)으로만 여깁니다. 그들은 ‘시장을 그대로 두라, 그러면 가장 잘 돌아갈 것이다’라는 자유방임을 주장하지만, 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국가와 사회, 국민 전체를 신자유주의적 통치의 대상물로 환원해 버립니다.  

                       때론 단 한 장의 사진이 진실을 대변한다ㅡ다음이미지 캡처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이런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김기춘 비서실장이 확실합니다. 이번 박근혜 2기 내각에 내정된 인물들의 면면을 볼 때, 한국형(북한이라는 절대변수와 이를 최대한 상업적으로 이용해 먹는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호도될 수 있는) 신자유주의적 통치를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 통보와 같습니다. 선거가 없는 2년 동안 강공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결기를 보인 것이지요. 

이들이 모두 청문회를 통과하면 박 대통령의 철지난 것은 물론, 당장 폐기해도 모자랄 ‘줄푸세’를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명분하에 강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게 의료민영화, 주택경기 활성화, 공기업 노조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신자유주의적 개혁, 전교조의 무력화를 통한 교육체제의 보수화, 쌀 시장 개방을 위한 관세화, 구멍 난 세수를 매우기 위한 간접세와 건강보험료 및 공공요금의 줄인상, 핵발전 강행, 정권 사수 등을 위한 사전 작업 등이 진행될 것입니다. 

자신의 임기에는 GDP의 성장으로 기록되지만, 그 부작용으로 인해 다음 정권에서는 각종 폭탄으로 터질 위험들을 마음껏 풀어놓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신자유주의적 성장은 퇴행의 다른 말입니다. 권위주의의 공고화는 분리할 수 없는 현상이고요. 마르크스가 역사의 발전단계에서 발견하지 못한 권위주의적 통치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필자가 보기에 절대다수의 국민과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이 모든 것을 김기춘 실장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의 무지함과 경험부족, 불통과 과거회귀적 경향 등이 김기춘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는 것 같지만, 일단 김기춘이 사라지면 이런 경향은 대폭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명박이 회장으로 있던 회사ㅡ다음이미지 캡처

이명박은 현대건설이라는 거대기업의 경영자를 했기 때문에 아주 여우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불법이라고 해도 밀어붙이거나 우회하는 방법을 알았고, 그것의 불법성에 대해 자기보존의 보험(여러분이 짐작하시는 모든 것들)도 다음 대통령인 박근혜 앞으로 들어두는 교활함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박근혜를 보면 김기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인 박근혜가 김기춘의 말에 절대적인 신뢰를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아무튼 김기춘을 인사 참극의 책임을 물어 이번에 제거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이 무슨 일들을 벌일지 알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전체주의를 통치의 목표로 잡은 것 같은데, 시장경제와 내치 모두에서 정부의 개입과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특정 기업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다양한 형태의 21세기적 노동(임시직, 저임금, 전업주부 같은 비임금노동, 아르바이트와 기업에게만 유리한 인턴제도 등)에는 불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돈의 논리를 권력으로 강제하는 것,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본질이다ㅡ다음이미지 캡처

신자유주의적 전체주의(무정부적 자본주의, 혹은 적극적 자유주의로 교환이 아닌 가격경쟁력에 기초한다)란 시장의 지배자인 초국적기업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고용 없는 성장의 다른 말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노골적으로 권위주의나 유사 독재를 하는 대신 시장논리나 경제논리라면 한 발 물러서는 국민들의 성향을 이용해, 비정상의 정상화로 포장될 규제완화를 통해 사람보다 이윤이 먼저인 무한경쟁을 유도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무한경쟁은 약자에게는 제한적이며, 기존의 강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교환 대신 가격경쟁력에 따른 경쟁을 추구하기에 저임금 외국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습니다. 부국강병을 내세워 자유방임을 정착시키는 신자유주의적 전체화는 철저한 강자의 논리이고, 이를 가장 잘 수행한 인물이 김기춘 비서실장입니다. 그래서 문창극을 총리로, 최경환을 부총리로 임명한 것입니다. 그들은 줄푸세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적임자이니까요. 

자, 문창극이 물러나도록 만든 국민의 힘으로 이제는 김기춘을 물러나도록 만듭시다. 유신헌법을 기초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자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는 것은 우리 모두를 넘어 미래세대까지 불행에 빠뜨릴 위험이 높습니다. 칼 포퍼가 정의한 열린사회의 민주주의처럼,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없다면, 최소한 나라를 망치지 못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가의 본질이자 모든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이름으로.

신자유주의를 경제적 관점이 아닌 통치의 관점으로 볼 때 세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출처-늙은도령의 세상보기, 늙은도령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서울의소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