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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고등어

소통을 위해 애쓰시는 박대통령에게 시 한편을 지어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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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소리
기사입력 2013/08/07 [12:48]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 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그룹 산울림의 등장은 내게 충격이었다.

대부분의 대중가요가 사랑을 주제로 한 것들인데 비해

산울림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소재로 아름다운 노랫말을 만들었으니까.

산허리를 구름이 휘감고 있다거나-“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위에서 언급한, 냉장고에 절인 고등어가 들어 있다는 식의 얘기도 훌륭한 노래가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산울림은 잘 보여줬다.

즉 산울림은 대중가요의 지평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은 내게 충격이었다.

원래 정치인은 말로 자신을 드러내는 존재라고 알고 있었는데,

박대통령은 말을 안하고서도 맨 윗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까.

작년까지는 “말실수라도 하면 대통령 되는 데 지장이 있으니까

그러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여전히 말씀을 안하시는 걸 보면 기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5년 임기는 보장됐고, 재출마는 헌법상 불가능한데

남들이 무식하다고 놀리면 또 어떤가?

그럼에도 박대통령은 세간의 이슈인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는 등

웬만한 사안에는 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가뿐히 건너뛰었다. 

 
더 놀라운 건 그에 대한 지지율이 65%라는 점.

말을 안한다는 게 오히려 신비감을 증폭시켜

맹목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걸 보면 앞으로 대통령이 되려면 묵언수행을 하는 게 어떨까,는 생각까지 든다. 

 
박대통령이 정치인의 새로운 지평을 연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내가 해봐서 아는데” 같은 말로 임기 초부터 수많은 화제를 제공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내게 이런 날이 올지 미처 몰랐다).

 
최근 박대통령의 휴가지 기사는 내게 충격이었다.

원래 기사라는 건 뭔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때 내보내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박대통령이 모래밭에 글자를 쓰는 것도

어엿한 한 편의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걸 우리 언론들이 보여줬으니까.

 
모래밭에 쓴 글귀도 ‘국정원 댓글 미안해’ 같은 의미있는 내용이라면 모를까,

‘저도의 추억’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를 쓴 게 왜 기사가 되는 걸까?

“청와대는 경호 문제를 이유로 휴가 일정만 알렸는데,

평소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이

직접 휴가지와 사진을 공개한 것으로 보입니다”는 설명도 어이가 없다. 

 
묵언수행 중인 대통령이 모래밭에 글씨 좀 썼다고 “소통”이라면,

이전 대통령들은 소통을 넘어서 방언이 터진 거냐?

‘저도의 추억’을 비중있게 다룬 언론일수록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 별 보도를 안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우리 언론이 기사작성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가보다.

소통을 위해 애쓰시는 박대통령에게 시 한편을 지어 바친다.




제목: 대통령과 고등어

장르: 자유시, 서정시, 칭송시

 
한밤중에 잠이 안와 인터넷을 열어 보니/

저도에 간 대통령이 모래밭에 글씨를 쓰네/

저도의 추억이/대문짝만하게 보이네/

대통령은 유신시대를 그리워하고 있었나보다/

나도 내일 아침엔 끌려가서 맞을 수 있네

 

  http://seomin.khan.kr/             글쓴이 : 단국대 서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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