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윤재식 기자] 지난 2004년부터 1년여 간 밀양에서 미성년자간 집단 성폭행이 지속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 ▲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에서 공개한 밀양성폭행 사건 가해자 추정 인물들 사진들 © 인터넷 자료 |
추후 수사로 70여명이 가해 추정자로 추가로 드러났지만 당시 밝혀진 가해자는 밀양 지역 남고생 44명이었으며 피해자는 14세 였던 여중생 최 모 양을 포함한 5명의 미성년자 여학생들이었다.
그러나 가해자 44명 중 20명은 소년부 송치, 13명은 공소권 없음, 1명은 타청 송치됐고 10명은 기소됐지만 기소된 10명도 소년원 송치로 끝나 결국 가해자 모두 형사처벌은 피했다. 이중 소년원의 보호처분을 받은 가해자는 5명 뿐 이었다. 용의선상에 있던 70여명의 가해 추정자들은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대부분 가해자 측은 반성 없는 모습을 보이며 피해 여학생들을 전학 간 학교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지역 경찰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는 없었으며 가해자 측의 욕설과 스토킹 등 지속적 가해를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밀양 물 다 흐려놨다’라는 충격적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합의금을 받은 한 피해자 가족은 합의금 분배 문제로 서로 싸우고 나눠 갖는 등 폐륜적 모습을 보이며 어린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과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이런 충격을 이기지 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은 결국 가출까지 하게 된다.
이 사건이 바로 그 악명 높았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대략적인 이야기다.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이 일어났지만 판결한 판사의 허락 없이는 피해자도 가해자들의 소년원 기록 조회조차 금지돼 있는 현행 소년법 등으로 이후에도 가해자들은 모두 자기 죄를 드러내지 않고 평범하게 자기 삶을 영유하며 살아가게 된다.
왜 그럴까? 현행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라며 아직 미성숙한 미성년자 시기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제3자들이 나서 유튜브 신상공개 등의 방법을 통해 가해자들에 대한 사적 보복까지 이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들이 가해자로 지목돼 피해를 입는 등 또 다른 문제까지 야기하게 된다.
![]() ▲ 지난 7일 악인들만 전문 적으로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악인전'에서 '소년범 출신' 조진웅을 소개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올렸다 © 유튜브 채널 '악인전' |
지난 5일 연예탐사 매체 ‘디스패치’는 영화배우 조진웅이 고교 시절 성폭행과 차량 절도 등 범죄를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송치됐었다는 충격적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영화 등에서 바람직하고 정의로운 역할을 맡으며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조 씨에게 해당 보도는 치명적이었으며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조 씨는 소속사를 통해 은퇴를 발표하게 된다.
이번 조 씨의 사건은 앞서 언급한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처럼 미성년자들이 벌인 강력범죄 사건이지만 앞선 사건이 가해자들에 대한 대중의 의견이 분노로 통합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조 씨의 사건은 의견이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소년범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되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소년법 목적이 반사회성을 교정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과거 소년보호처분 이력을 문제 삼아 비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 년간 노력해 사회적 인정을 받은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여러 공익 고발로 유명해진 김경호 변호사의 경우 이번 사실을 보도한 디스패치 기자 2명을 소년법 제70조 (소년사건 조회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소년법의 기록 보호는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이며 30년 전 고등학생의 과오를 파헤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양측 주장에는 일장일단이 있지만 그간 조 씨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듯한 행보를 보였던 것 때문에 이번 사건이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혼란스러움을 틈타 해당 사건을 정쟁에 이용하려는 일부 야당 측 인사들이 나오고 있으며 해당 사건을 빙자해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를 겨냥한 법안까지 발의된 상황이다.
![]()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조회, 공개법' 발의 소식을 알렸다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공직자와 고위공무원의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을 검증하도록 하는 법안인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조회, 공개법’을 발의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법안 발의가 배우 조진웅 씨 의혹이 계기가 됐으며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 끝까지 사각지대로 남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에 입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직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도지사 및 최고등급 정부 수훈자도 소년범 흉악범죄 기록과 판결문 검증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물론 공직선거 출마자 역시도 소년기 흉악범죄 사실을 선거공보에 의무 기재하고 선관위가 국가기관 조회로 진위를 검증하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나 의원은 조진웅 사건을 법안 발의 명목으로 들었지만 보수 정치계에서 지속해 제기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소년범 의혹을 다분히 의식한 법안이다.
이 대통령의 소년범 의혹은 2022년 대선 당시 한 극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기 됐으며 지난 대선 당시에도 극우 인사인 모스탄 전 미국 국제형사 대사가 이를 재 언급하기도 했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씨 사건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며 이 대통령 소년범 의혹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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