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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대학생 분신을 헛되이 만든 그때 그 사건
정원식 국무총리 '외대 밀가루 세례'
이호두 기자 2014.05.23 [12:27] 본문듣기
 
1991년 5월.
대학생들은 '군부독재종식' 을 염원하며 자신을 몸에 불을 붙여 분신했다.
그것을 사람들은 '분신정국'이라 말하며 그들의 의롭고도 안타까운 죽음에 가슴을 쳤다.
 
꽃다운 대학생들의 너무나 아픈 죽음에 여론 또한 
'어린학생들 그만 죽여라!'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부패-무능력의 민낯을 마주대한 그 분노와도 닮아있었다.
 
▲ 분신으로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김영균 열사의 묘     © 이호두 기자


그러나 놀랍게도 그 죽음과 국민분노에도 오히려 그 해 선거에서 노태우 정부는 3/2이상의 과반을 득표하며 선거를 승리해버렸다. 866석중 노태우의 민주자유당이 564석을 차지했다.
 
그것은 분신정국을 뒤엎은 하나의 어이없는 사건이 발단이었다.
이른바 '정총리 밀가루 사건' 이었다.

▲ 정원식 전 국무총리     © 네이버 인물정보
 

1991년 6월 3일 정원식 국무총리서리는 취임을 앞두고 한국외국어대에서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나오다가 학생들에게 밀가루·달걀 세례를 받았다.
 
사실 이 사태는 예측된 것이었기에, 일부러 방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이미 세종대, 덕성여대, 부산대 등에서 심한 조롱과 야유를 당한 상태이고, 그가 한국 외국어대학교를 방문하기 전에 학생들이 테러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누군가에 의해 새어나가, 시중에 유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정당하다며 수행원 없이 홀로 외국어대 강단에 섰다.
 
강의를 마친 정원식은 분노한 학생들과 마주쳐야 했고, 당시 학생들은 '전교조 선생님과 귀정이를 죽인 살인마' '귀정이 살려내라', '전교조 선생님들을 살려내라', '대통령 특사로 외국을 돌아다니며 남한의 유엔 단독가입을 구걸하러 돌아다닌 분단고착화의 원흉' 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원식에게 계란과 페인트와 밀가루를 던졌다.
 
이때 학생들로부터 밀가루와 계란 세례를 받은 뒤 황급히 학교를 빠져나갔다.
 
▲  1991년 6월4일  조선일보 기사


이 사태가 터지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유력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연일 '정총리 대학생들에 폭행당해' 라는 기사를 쏟아내었고, 유교 권위주의가 살아있는 사회였기에 곧바로 '학생이 어른에게 이럴수가.. 이런 폐륜아들!' 하는 학생운동권에 대한 악화 여론이 형성되었다.
 
또한 당시 서리였던 그는 학생운동가들의 반발과 야당 인사들의 비난으로 낙마가 예상되었으나 그해 7월3일 무사히 총리자리에 앉았다.
 
정총리 밀가루 사건..
2006년 12월 14일 그에게 밀가루와 계란을 투척했던 당시 한국 외국어대 학생들은 명예회복 조치 되었지만, 여전히 정치사에서 회자되고 있는 그때 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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